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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당과 군, 내각의 실권을 쥐고 있는 핵심 권력층의 평균 나이는 70대 중반을 넘어 일반 북한 주민의 평균 수명보다 많게는 10살 이상 오래 살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과 달리 권력층에만 편중된 영양공급과 의료행위가 주요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발표한 '2010 세계보건통계'에 밝힌 북한의 평균 기대수명은 67세입니다. 2008년에 태어난 신생아를 기준으로 남자가 65세, 여자는 69세 정도의 수명이 예상돼 세계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올해 초 유엔인구기금(UNPF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북한의 평균 수명은 69세로 15년 전보다 3살 이상 줄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당과 군, 내각의 관리들, 즉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핵심 권력층의 나이는 일반 주민보다 훨씬 많은 70~80세를 웃돕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80세를 넘긴 것을 비롯해 지난 7일 새로 임명된 최영림 총리도 80세입니다. 또 최근 내각 부총리에 기용된 6명 가운데 82세인 전하철 부총리 외에 3명이 70세를 넘겼고 국방위원회와 군부 내 힘 있는 인사들도 80세를 넘겼거나 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핵심 권력층이 북한의 일반 주민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는 설명입니다.
다음 달 발표할 세계인구통계 보고서를 준비 중인 미국 인구참조국(Population Reference Bureau)의 칼 하브(Carl Haub) 선임연구원은 권력층에 집중된 의료 서비스와 영양공급이 일반 주민과 수명 차를 불러왔다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드문 경우라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Carl Haub: 북한과 비슷한 정치구조를 가진 베트남의 경우에도 북한 같은 사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고요. 좋은 의료 행위를 받는 사람은 평균 연령도 높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은 좋은 의료행위를 받을 수 없고, 접근도 어렵죠. 이런 차이가 핵심 권력층과 일반 주민들의 평균 수명의 차이를 가져왔을 거라 판단합니다.
실제로 북한의 권력층과 가족들은 급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월별, 주별로 일정하게 식량을 공급받아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만을 위한 특별 병원에서 정기 검진, 예방 접종 등 선진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외국에서 수입한 약으로 치료를 받기 때문에 일반 주민보다 건강하고 오래 살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 연구원입니다.
고영환: 차관급 이상이 다니는 병원은 남산 진료소, 장관 이상은 봉화진료소, 또 특별과는 부총리급 이상이 다니는데 굉장히 진료 체계가 잘 돼 있어요. 꼭 정기 검진을 하고 약은 외국 약을 쓰죠. 또 장관급 이상은 일주일에 한 번씩 식료품 차가 와서 공급해 주고, 당 지도부에는 이틀에 한 번씩 공급을 하거든요, 영양상태가 좋아요. 또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 스트레스가 없고요, 그러니까 오래 살 수밖에 없죠.
반면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북한 주민의 건강수명, 즉 신체적 장애나 활동의 어려움 없이 사는 기간은 평균 59세에 불과해 한국보다 11살이나 적었습니다. 또 극심한 식량난 탓에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부진(43%)과 저체중(20%)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유아의 사망률은 10년 째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일반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핵심 권력층에 편중된 식량공급과 의료행위를 정책과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영환: 통치 수단 방법이죠. 물질적 배려를 받는 사람들은 특수한 계층이고 각 계층마다 다른 영양공급과 병 치료를 해 주면서 자기에게 충성하게 하는...'나에게 충성만 하면 늙어죽을 때까지 철저히 물질적으로 보장을 해 준다는 것'이 김정일의 통치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해요. 체제 유지의 수단이죠.
한편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인구참조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로 북한보다 13살 이상 오래 살고, 건강수명도 71세로 북한보다 12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 남북 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