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도민체육대회 2만명 참가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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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국에는 8.15광복 이후 남북 분단으로 인해 북한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한에 그대로 정착한 사람들과 6.25전쟁 때 공산주의 체제에 반대해 자유를 찾아 월남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들을 실향민이라고 부르는데요. 가을이 무르익은 지난 16일, 이북 출신 실향민 2만 여 명이 서울 효창운동장에 모여 체육대회를 열었습니다.

서울의 황은희 기자가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힘을 모아 하나로 마음모아 통일로 제29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개최를 선언합니다.”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가 선언되고 있습니다.

곧 이어 도 별로 선수단이 입장합니다.

각 도 선수단에는 이북도민 1세부터 3세까지 섞여 있습니다.

선수단 행렬 사이에 마차를 타고 오는 어린이들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합니다.

남녀 100m 달리기에서 입상한 선수들은 관람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즐거움을 표합니다.

실향민 3세 최성진 군입니다.

최성진:

제가 3세라서 막내인데요. 1년에 한 번씩 있는 큰 행사입니다. 너무 뜻 깊고 다시 한 번 할아버지 고향을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시간입니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경기 종목은 ‘밧줄당기기‘입니다.

있는 힘껏 줄을 당겨보지만 결승전까지 오는데 온 힘을 쏟은 터라, 버티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밧줄을 당기는 모습에서 이북 도민들의 화합이 느껴집니다.

밧줄당기기에 참가한 이북도민 한명희 씨입니다.


한명희:

상대 선수들이 힘을 좀 덜 써줘서 이겼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겼어요. 젊은 사람들 협조 해달라고 하니 안 된대요~

올해로 29회째를 맞고 있는 이북도민 체육대회는 해마다 10월 중순에 서울 용산 효창운동장에서 개최됩니다.

올해도 전국에 거주하는 2만여명의 이북도민이 참가했습니다.

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정부를 대표해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국회의원들과 각계각층의 이북출신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북5도위원회 정승준 사무국장입니다.


정승준:

이북5도 도민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 남녀노소가 다 모일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날 체육대회는 축구를 비롯해 400m계주 달리기, 줄다리기 등이 열렸는데, 탈북자들도 축구와 밧줄당기기 등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탈북자 김영실(가명)씨의 얘기입니다.

김영실:

오늘 고향에서 오신 분들과 함께 체육대회를 했는데요. 가족들을 만난기분으로 좋은 자리이고요. 지금은 서울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평양 5.1경기장에서 꼭 이런 운동회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날 체육대회에 참가한 이북도민들과 탈북자들은 경기에 임할 때 마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구호를 제창했습니다.

“힘을 모아 하나로! 마음모아 통일로!”

“남북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위하여 파이팅!”

함경북도 선수로 참가한 탈북자 김철호 씨입니다.

김철호:

남과 북이 한 팀이 되어서 통일된 마당에서 서로 사이좋게 즐기면서 오늘 같은 날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이날 체육대회는 오후 4시경 마무리 됐습니다.

“이북도민체육대회 페막을 선언합니다.”

체육대회가 끝난 후에도 이북 도민들은 운동장으로 나와 함께 모여 춤과 노래로 폐막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