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한류가 북한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북한 여성들의 결혼관도 바뀌고 있습니다.
결혼 대상자 순위도 군대 복무자 대신에 “열렬하게 사랑해주는 남자”를 1순위로 꼽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결혼을 앞둔 북한 남성들 속에서는 ‘열대메기’라는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열대메기’란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아니라 결혼 상대자가 갖춰야 할 기본 징표를 뜻한다고 최근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평양의 한 유명대학에 다녔던 한 탈북자는 “열대메기에서 ‘열’자는 여성을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를 뜻하고, ‘대’자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 그리고 ‘메’자는 노동당원증을 멘다는 소리고, ‘기’자는 오장육기 즉 텔레비전과 냉동기, 녹음기 등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북한 여성들 속에서는 결혼상대자를 ‘군당지도원’ 즉 군대복무와 노동당원, 대학졸업생, 도덕과 재물 등을 두루 갖춘 남자를 꼽았지만, 요즘은 “자상하게 사랑해주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 여성들이 선호하는 결혼 상대자 징표에서 군대 제대자는 빠졌습니다.
이 탈북자는 “대학에 온 제대군인들이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해 평양시 중앙기관 간부집 딸이나, 무역 간부의 딸들을 눈여겨보지만 빈번히 퇴짜를 맞았다”면서 “제대군인들은 자기는 징표를 다 갖췄지만, 자상함이 빠져 장가가기 글렀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여성들의 결혼관이 변한 것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남편에 대한 의존심이 사라지고, 더욱이 한국 드라마가 준 영향이 컸다고 이 탈북자는 덧붙였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경제난이 시작되자, 북한 여성들은 장마당에 진출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가정의 경제권은 여성들이 쥐게 됐습니다.
이 시기에 들어간 한국 드라마도 북한 여성들의 눈을 틔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남한 젊은이들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겨울연가’,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은 북한 여성들을 매혹시킨 대표적인 한국 드라마로 꼽힙니다.
2007년에 한국에 나온 다른 탈북자는 “겨울연가에서 나오는 배용준과 최지우의 낭만적인(로맨틱) 사랑은 많은 북한 여성들을 매혹시켰다”면서 “그때부터 젊은이들의 연애 풍토도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엔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연애편지로 사랑을 고백하는데 그쳤지만, 지금은 연애편지 따위를 촌스럽게 생각하고 연인끼리 손잡고 거니는 모습은 예사롭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연애장소도 과거엔 남의 눈을 피해 대동강가나 공원의 숲속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평양 볼링관이나, 호텔 등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북한 여성들이 자상한 남자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능력을 완전 배제한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신데렐라’를 꿈꾸는 북한여성들도 꽤 많다고 이 탈북자는 덧붙였습니다.
실례로 평양상업대학을 졸업한 한 여대생은 무역회사에 다니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 친구를 밀어내는 사례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또 어떤 여성들은 외화상점 판매원이나, 무역회사 부기원, 호텔접대원 등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간부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삼각연애를 하는 현상도 꽤 많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