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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소재 한국 영사관에 9일 오전 북한 벌목공 2명이 진입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영사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미국행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극동 하바로프스크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던 북한 주민 2명이 블라디보스톡 주재 한국 영사관으로 진입한 시각은 9일 오전 10시 15분경.
이들은 1964년생으로 강계 출신의 조전명(가명)과 희천 출신의 방종훈(가명) 씨로 확인됐습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 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고 이들은 모두 미국행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의 말입니다.
정베드로: 이 분들은 한국대사관에 들어가려고 여러 번 시도했는데, 지금까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하면 ‘우리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사관은 감시가 심하니까 일단 한국 대사관으로 들어가서 미국행을 원하는 거죠.
그러나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북한 벌목공들의 영사관 진입 여부에 대해서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말입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 저희들은 탈북자 보호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사실 여부를 알려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조 씨와 방 씨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벌목장의 현실에 비애를 느껴 벌목장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씨는 2001년 러시아 벌목공으로 하바로프스크주의 원동임업연합기업소에서 기대공(기술공)으로 일하다가 탈출해 그 동안 연해주를 떠돌아다니며 날품팔이를 했고, 현지 교회 신축현장 일을 하면서 숨어 지내왔다고 정 대표는 밝혔습니다.
숨어 지내긴 했지만, 조 씨는 연해주 등지를 떠돌아다니는 다른 벌목공들에게 은닉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경 동료 벌목공 2명이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료 방 씨와 함께 망명을 선택하게 됩니다.
함께 탈출해 성공한 방 씨는 1991년도에서 1994년까지 아무르주의 사업소에서 벌목공으로 일을 했는데, 잠시 북한으로 귀국했다가 2006년도에 다시 벌목공으로 나와 이번에 탈출하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의 벌목공들은 노임을 받게 되면 북한 당국에 먼저 48%를 상납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20%는 러시아 현지 연합기업소에, 15%는 벌목장 사업소에, 그리고 나머지 17%만을 자신이 받게 돼 있다고 정 대표는 설명합니다.
그렇게 해서 벌목공이 손에 쥐는 돈은 기껏해야 한 달에 70달러 정도입니다.
이처럼 타국에서 힘든 일을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고 죽도로 일해야만 하는 노예와 같은 삶이 바로 북한 벌목공들의 생활입니다.
정 대표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에는 현재 4만 여 명에 이르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벌목공들입니다.
또 벌목장을 탈출해 날품팔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도 1만 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예처럼 일하다가 사망을 하거나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일반 벌목공들과는 달리 벌목 사업소의 당비서와 지배인들은 러시아로 가족들까지 데려오고 호의호식하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정 대표는 전했습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벌목공들을 관리하기 위해 벌목장에 비밀수감 시설을 만들어 놓고 벌목장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과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을 아무런 법적 보호없이 처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