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건설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국가계획 외에도 청부업으로 번 돈까지 간부들에게 바쳐야 하는 2중고를 겪는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착취가 심각한 상태라고 복수의 러시아 출신 탈북자들이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 벌목공을 하다가 미국에 입국한 한 모 씨는 "북한 노동자들은 파견될 때 국가 계약에 해당한 돈을 갚고도, 자기들이 부업해서 번 돈까지 간부들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러시아출신 탈북자 한 씨의 말입니다.
한 씨: 우리 같은 사람들이 따로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아요? 그것을 청부업이라고 하는 데 나가는 것도 마음대로 못 나가게 해서 간부들에게 돈을 좀 줘야 내보냅니다.
건설노동으로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 지방은 물론 멀리 모스크바까지 청부업, 즉 8.3을 하러 나간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청부업이란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나 자체로 일감을 찾아 나서는 행위로, 러시아 파견 근로자들 은 이를 가리켜 '8.3'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벌목공출신 노동자는 "러시아에 나간 북한 노동자들은 당국이 주는 돈이 너무 적어 할 수 없이 외부에 나가 돈을 벌려고 한다"면서 "기업소 간부들에게 한 달에 얼마씩 들여놓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하바롭스크 지역에 기반을 둔 북한의 철산회사, 릉라총국 노동자들이 8.3과제로 기업소에 내는 돈은 한 달에 300~500달러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근로자들이 도주할 것을 우려해 북한 당국이 여권을 모두 회수하기 때문에 합법적 신분이 없어 노동자들은 개인 청부업을 해도 돈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고 한 씨는 덧붙입니다.
한 씨: 러시아 말이 안돼서 돈을 못 받는 것도 많아요. 미국처럼 한국처럼 이런 사회가 아니니까 못 받았다고 해서 어디 가서 항소할 곳도 없어요.
직장의 당비서와 지배인, 보위원들은 8.3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벌목공 출신 안 씨는 "8.3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휴가도 잘 보내지 않고, 설사 북한에 나가더라도 빚으로 남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 친척들에게서 돈을 꾸어가지고 들어온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 건축회사 사람들은 8.3이라고 해서 계약금이 있어요. 한 달에 얼마씩 갚아야 한다는 계약금이 있는데... 그 계약금을 못 바치면 집에 나가서도 언제나 갚아야 할 돈이고...
그는 "돈을 꾸어가지고 온 사람들이 1년 내로 꼭 갚겠다고 하지만, 러시아의 현실로 볼 때 그 돈을 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북한 노동자들이 8.3 대금을 갚지 못해 안타까워 할 때 정작 돈을 버는 쪽은 북한 기업소 간부들로 알려졌습니다.
이 벌목공 출신 탈북자는 "지배인 당비서들이 러시아 한 탕 뛰면(한 번 나가면) 보통 3~4만 달러 이상을 버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났겠는가?"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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