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뻔했던 북한 음력설 활기 찾아

북한에서 한때 사라질 뻔했던 음력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다시 크게 쇠기 시작하면서 옛 민속 명절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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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음력설을 크게 쇠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2003년부터 음력설을 크게 쇠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가 있은 다음부터입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봉건주의와 가족주의를 없앤다는 방침 하에 음력설과 추석 등이 사라지고, 4대 명절, 즉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당 창건, 정권수립이 최대의 명절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2000년 들어 음력설을 장려하게 된 것은 남과 북이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고 민간교류를 확대하면서부터라고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젼도 이날을 맞아 음력설의 유래와 상차림 방법, 민속놀이를 소개하면서 민족의 전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도 명절 공급도 해주고 있다고 2007년 함경북도 청진을 떠나온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기름 1kg, 사탕가루 500g, 그리고 술 한 병과 그리고 비누도 있잖아요. 그리고 매 해마다 좀 바쁘면 그 바쁜 해에는 1kg씩 못주면 기름 500g, 사탕가루 500g 이렇게 주었어요.”

설 명절에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친구끼리 모여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는 풍습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의 집도 저의 할머니와 같이 살았거든요. 동네에서 나이 있으신 어른이니까, (동네 아이들이)와서 인사도 하고 다녀요. (세뱃돈은)저의 할머니 같은 경우에는 3만원, 그러니까, 다 자기 집 수준에 맞춰 주는 거지요. 없는 집에서는 만원도 주고, 어떤 집들은 5천원도 주고”

개인이 사진기를 보유할 수 없는 북한에서 젊은 청년들이 시내 광장이나, 김일성 사적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빼놓을 수 없는 일과라고 이 탈북자는 덧붙였습니다.

과거에는 설에 아이들이 팽이를 치고, 연을 날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해 명절 풍경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가족들이 집에서 함께 쉬는 설 같은 명절에 전력 부족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2008년 함흥시를 떠나온 탈북자는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