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올겨울 들어 한파가 계속되면서 북한 내 물류유통을 담당해온 속칭 달리기 장사꾼들의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장마당이 위축되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30년 만의 강추위는 북한 내부의 중, 장거리 지역 간을 이동하면서 장사를 하는 속칭 ‘달리기 장사꾼’들의 발길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함경북도 청진 주민 민 모 씨는 “강추위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면서 달리기 장사꾼들의 활동이 위축되자 그들과 연계해서 장사를 하는 장마당 장사꾼들이 물건을 공급받지 못해 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민 씨는 “강추위로 인해 수력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하고 전기부족으로 열차운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써비차마저 운행을 못하고 있어 ‘달리기 장사꾼’들의 애로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씨는 또 “이들 달리기 장사꾼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는 장마당 장사꾼들도 물건이 없어 장사를 하지 못하면서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 씨는 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국이 달리기 장사꾼들에 대한 통행증 발급을 더욱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다”면서 “통행증 발급 뇌물 액수가 크게 올라 장사를 해도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영세 달리기 장사꾼들이 아예 장사를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신의주의 한 주민은 “달리기 장사를 위해서는 소속 직장 단위에 뇌물을 고이고 장사를 해야 하는데 요즘 ‘83질’(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개인장사를 하는 것)에 필요한 뇌물액수는 한 달에 100달라가 넘는다”면서 “웬만큼 달리기 장사를 해서 이 돈을 벌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달리기 장사꾼들 중에는 단위(소속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여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요즘 같은 추위에 여성들이 1주일 이상 난방도 안 되는 열차를 타고 장사를 하러 다닌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달리기 장사꾼들은 주로 중국 물건 유입이 많은 나진을 비롯해 신의주, 평성 지역과 남한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개성 등지를 오가며 각종 상품을 수집해 전국의 장마당과 소매상들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중 접경도시들은 타지방 사람들의 출입을 까다롭게 통제하기 때문에 뇌물을 고이지 않으면 출입자체가 힘든 지역이어서 달리기 장사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