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의 장마당들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마당 장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도시 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환율급등과 쌀값 등 물가가 치솟으면서 북한 도시민들의 생계 터전인 장마당 경기가 최악의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이 어렵게 마련한 장마당 매대를 싼값에 팔아 치우고 메뚜기 장사로 전락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신의주 주민 이 모 씨는 “장마당에서 장사가 너무 안 돼 어렵게 마련한 매대를 3,000위안에 되거리꾼 한테 넘겨버렸다”면서 “최근 장마당 매대를 팔아넘기고 메뚜기 장사로 전락한 사람들이 많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장마당 매대를 끼고 있어 봐야 매일 바쳐야 하는 세금도 벌지 못하는데다 여기저기 뇌물을 고여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메뚜기 장사가 수입이 더 좋다”고 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메뚜기 장사란 정해진 매대(판매대)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장사하는 보따리 노점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평양과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는 진 모 씨도 “요즘 장마당 경기가 너무도 안 좋아 나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하는 보따리 무역상들도 살기 힘들다”면서 “전 같으면 보통 한 달에 한번 이상 중국에서 물건을 해갔는데 이번에는 주문 받은 물건이 많지 않아 두 달 만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장마당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식통들은 북한의 가파른 환율 상승과 이로 인한 장마당 물건 값의 폭등, 그리고 국영상점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환율은 자고 나면 오르는데다 물가도 덩달아 급등해 장마당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고 그나마 장마당을 찾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물품만 구매할 뿐 여간해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외화벌이에 적극적으로 나선 북한 당국이 주요 도시 곳곳에 국영 상점을 대폭 늘렸고 이들 국영 상점들이 장마당과의 가격경쟁에 뛰어들면서 손님들이 국영상점에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국영 상점들은 보따리 무역상들에 비해 물건을 대량으로 직접 들여가기 때문에 보다 눅은 값에 구입할 수 있어 원가경쟁에서 유리합니다. 또한 북한 세관당국이 국영상점들이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통관절차도 간소하게 하는 등 특혜를 부여한다는 얘깁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순전히 보따리 상인들로 부터 물건을 공급받고 있는 영세 장마당 상인들은 국영 상점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매대와 함께 장사를 포기하면서 또다시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