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새경제체계를 통해 야심찬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장마당에서 북한 돈 받기를 꺼려 주로 물물교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화폐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새경제관리체계’ 도입 소식이 오히려 북한 화폐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고 복수의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새경제관리체계’ 시행과 관련한 ‘경제일꾼 실무강습’이 진행되면서 환율이 종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며 “장마당 장사꾼들은 ‘8.3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쓴 패쪽(팻말)을 노골적으로 앞에 내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8.3’의 본래 의미는 생산을 하고 남은 자투리를 활용해 인민소비품을 만들 데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984년 8월 3일 방침’을 줄인 말로 북한주민들 속에서 ‘8.3제품’이라고 하면 불량품, 질이 낮은 제품이라는 뜻으로 통합니다.
소식통은 최근 장사꾼들 속에서 중국인민폐는 ‘민폐’, 북한 돈은 ‘8.3’으로 불린다며 장마당들에서 “8.3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은 ‘북한 돈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여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급기야 장사꾼들이 북한 돈 받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지금은 이런 패쪽까지 등장하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우리(북한) 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물건은 수매상점 ‘8.3매대’에 있는 빨래 방치와 빗자루밖에 없다”며 “해바라기 씨를 파는 늙은 장사꾼이나 계란 팔러 나온 농촌 사람들조차도 우리 돈은 절대로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폐가 없는 사람들은 할 수없이 식량이나 다른 필수품들로 물물교환을 하는 실정이라며 회령 장마당에서 입쌀 1kg의 값어치는 중국 인민폐 5원 50전이고 강냉이 1kg은 인민폐 3원 정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강냉이 1kg이면 25%짜리 술 두병을 맞바꿀 수 있고 라선시에서 생산된 운동화 한 켤레면 입쌀 1kg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해 주민들 사이에서 물물교환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새경제관리체계’가 시행되면 우리 돈이 어떻게 될지 몰라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돈(북한화폐)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새경제관리체계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