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북한…시장경제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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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그 동안 배척했던 시장경제 배우기에 열심입니다. 현재 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경제분야 개혁, 개방 정책인 신경제체제 도입과 맞물려 주목됩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학교수와 수출 관련 국영기업 관계자, 그리고 정부 관리 등 경제분야 전문가들이 유럽의 스웨덴에서 시장경제 배우기에 나섰습니다.

스웨덴 공영 라디오방송은 5일 25명의 북한 경제 사절단이 2주 일정으로 스웨덴을 방문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이들이 스웨덴산업국제협의회 초청으로 시장경제를 배우고 기업과 은행, 그리고 국가 경제 부처를 견학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김일성대학 등 북한의 3개 대학 소속 경제 분야 교수 6명도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지난 달부터 시장경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학과 재정학 분야 북한 학자들로 주로 국제 경영과 경제, 재정, 무역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원과 학부 과정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적극적인 시장경제 학습과 경제 전문가 육성 움직임은 경제 전문 계간지로, 그 동안 북한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해온 것으로 평가받는 ‘경제연구’에서도 뚜렷합니다.

이 잡지의 최근호(2012년 2호)에 실린 국제 대부에 관한 논문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 원색적 비난 일색이던 태도와 달리 ‘국제대부 형태를 옳게 파악하고 국제대부활동을 능란하게 벌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창용 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학습에 나섰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창용 교수 : 국제대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거고,…, 보다 본질적인 의도는 이런 내용에 대한 소위 말하는 '경제일꾼'들 끼리의 지식공유 측면, 학습의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할 이유가 없는 거죠.

실제 이 잡지에는 최근들어 경제분야 전문가와 관료들의 역량 강화를 역설하는 논문이 반복적으로 실려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 등장 뒤 부쩍 확연해지고 있는 북한의 잇단 시장경제 학습 움직임은 현재 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경제체제 도입과 맞물려 주목됩니다.

반면, 북한 당국이 약간의 변화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전망도 여전합니다.

미국의 보수 성향 민간 연구소인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4일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이 이제껏 보여준 건 ‘스타일의 변화’지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스웨덴 언론은 5일 북한의 경제 사절단이 노동자의 임금을 정부가 결정하는지를 질문하는 등 시장경제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시장경제 배우기가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