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가 북한 미사일 개발 부추겨”

북한을 겨냥해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MD) 체계가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직 미국 행정부 관리가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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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주도로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체계가 북한과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의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대신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그레그 틸먼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전략무기 확산 담당 국장이 주장했습니다.

틸먼 전 국장: MD actually increases rogue states’ missile programs.

틸먼 전 국장은 21일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군축협회(ACA)의 미사일방어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미사일방어체계를 지지하는 사람은 미사일방어체계 덕분에 불량국가들이 미사일 개발을 단념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정 반대”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 열의는 더 강해졌다”며 “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부추기고 더 나아가 미사일 개발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틸먼 전 국장은 따라서 “미사일방어체계가 안보를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위협을 더 늘리는 측면도 있다”며 타이완을 한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타이완은 1990년대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도입했지만 중국이 당시 수백 기에 불과하던 대만 공격용 미사일을 지금은 수천 기로 늘려 배치해둔 상태”라며 위협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필립 코일 전 미국 국방부 무기 운용 시험, 평가 담당 차관보가 나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과연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이용해 요격할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요격 시도는 매우 위험스런 일”이라며 “요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코일 전 차관보: 미국이 요격 시험과 비교해 상황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 실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실제 요격을 감행함으로써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요격에 실패한다면, 글쎄요, 미국의 코미디 쇼 진행자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조롱거리로 삼지 않을까요.

한편 미사일방어 전문가인 스티븐 힐드레드 미국 의회조사국(CRS) 연구원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의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보다는 위성 발사 능력을 갖추려 노력 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힐드레드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의 ‘믿기 어려운’ 미사일 시험 발사 행태를 언급했습니다.

힐드레드 연구원: 북한은 지난 11년 동안 실시한 3번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때마다 다른 시스템의 미사일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11년 동안 3 차례 시험 발사는 많은 횟수도 아니고 모두 다 실패한 발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매 발사 때마다 수집된 정보를 다음 발사를 준비하는 데 활용하는 듯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로선 믿기 힘든 일이죠.

힐드레드 연구원은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한이 단지 남한보다 먼저 위성 보유국이 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평가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