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훈장’도 뇌물로 거래되나?

MC:

북한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제정한 훈장을 새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촉구용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월 4일 김정일 전 위원장의 이름을 따서 김정일 훈장과 김정일상, 그리고 김정일 청년영예상, 김정일 소년영예상을 비롯해 4개가지를 새로 제정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상임위원회 정령. 김정일 훈장을 제정함에 대하여 우리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김정일 훈장은 김일성 훈장과 함께 우리나라(북한)의 최고 훈장”이라고 밝혀 북한에서 양대 특수훈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권력기반이 빈약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생일을 맞아 충성세력들에게 이 훈장과 상을 대거 수여할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빈약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줄 것입니다. 아마 김정일 때보다 훈장수가 많고, 또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많이 줄 것입니다”

그레그 사무총장은 “한국이나 미국 등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 표창을 일종의 명예차원으로 인식하지만, 북한은 김씨 일가의 최고 믿음으로 만들어 충성을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탈북자들은 “김씨 일가의 이름을 딴 각종 훈장과 상은 최고의 특권을 보장받는 일종의 ‘보증수표’로 되기 때문에 이를 쟁취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 거주했던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정일청년영예상을 받으면 우선 김일성 종합대학에 갈 수 있고, 또 졸업 후에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욕심을 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먼 미래까지 보장받는 특권으로 인식되어 뇌물이 오간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자신이 김일성청년영예상에 도전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집 형편을 잘 아는 한 청년동맹중앙위원회 간부가 “미화 1천 달러를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며 “집 전 재산을 다 투자해도 어림없다고 말해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소년영예상, 김일성청년영예상에 도전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대개 당 간부이거나, 돈 많은 재일본 북송교포의 가족들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김 부자의 이름을 딴 훈장이 대거 나오면서 기존에 있던 국기훈장 등의 가치도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국기훈장 1~3급과 노력훈장, 공화국 창건기념훈장’ 등 각종 훈장과 메달을 제정하고, 주민들의 충성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기념일 때마다 무더기로 수여했습니다.

북한은 2002년 만해도 국기훈장 2급 한 개에 메달 5개를 받으면 배급 600그램에 월급 60원을 준다는 우대 정책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형편이 악화되면서 훈장을 받은 공로자들에 대한 대우를 원만히 해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