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1월 1일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했는데요. 지금 북한에서는 이 사설을 이행하자는 결의대회가 한창입니다. 단순히 학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도 해야 합니다.
이 처럼 북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잘 외워야 하는데요. 북한 사람들의 끝없이 외우고 또 외우는 생애는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북한 주민들은 신년 공동사설을 철저히 학습하고 통째로 암기해야 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원고지 60여 매 분량인 신년 공동사설은 보통 1월 7일부터 10일 사이에 학습경연대회가 전국에서 실시됩니다.
만 자가 넘는 전문을 모두 외우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암기력이 떨어져 도저히 불가능한 사람은 요약본이라도 외워야 합니다.
경연대회 결과는 곧바로 개인과 단체의 새해 첫 평가가 되기 때문에 신년 공동사설 암기를 게을리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처럼 북한 체제에서 살아가려면 잘 외워야 합니다.
특히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 같은 것은 원고지 160장 분량이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북한 사람이면 누구나 외우고 있습니다.
탈북 방송인 이나경 씨입니다.
이나경: 제가 15살 때 선생님께서 사로청에 들어가기 위해선 10대원칙을 무조건 암기해야 한다면서 관련 책자를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로청 심사 성원들이 10대원칙의 항목을 모두 암기했는지 물어봤거든요.
북한에서 외우기는 아이들이 말을 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치원 아이들은 유치원 마다 설치돼 있는 김일성 생가 모형사판을 보면서 김일성의 영웅담을 학습하고 암기합니다.
소학교에 들어가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소년단에 입단하기 위해선 소년단원 선서, 의무, 권리, 지켜야 할 사항 등을 모두 다 외워야 합니다.
잘 외우지 못하는 학생들은 입단 순서에서 밀릴 수가 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외우기는 계속 됩니다.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활동’ 등을 외워야 하는 힘든 과정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면 학습경연 대회를 열어 암기실력을 겨루기도 합니다.
대회마다 암기할 문헌의 종류와 수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김일성 김정일의 약력에 관한 것입니다.
만약 직장인이 경연대회에 대표로 선발되면 출근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암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주로 김일성 김정일 ‘따라배우기’ 도록을, 대학을 비롯한 직장에서는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와, 김정일의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 등을 갖고 경연을 벌입니다.
한국내 탈북자 지식인 모임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의 말입니다.
김흥광: 일단 세뇌시키는 첫 번째 과정이 머리에 내용을 넣어야 하거든요. 완전히 각인 시켜야 다음에 논리적인 의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통째로 외우게 하는 것입니다.
당 기관을 비롯해 공장, 기업소, 학교 등 사회의 각 분야에서는 일상적으로 정치사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여기에는 간부나 당원, 일반 주민을 막론하고 누구나 참여하게 돼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 당 간부라면 일단 암기실력 만큼은 뛰어나다고 봐야 합니다.
암기 실력이 입당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초급당, 시군 당을 거치는 입당 심사에서 정치사상을 검증받기 때문에 이 때 암기 실력을 발휘해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