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변경상인들 “개성공단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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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남한 제품들이 개성공단을 통해 적지 않게 북쪽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국경을 통한 무역이나 밀수 거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입되는 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 실태를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지금까지 중국 단동이나 선양 등 주로 중국 변경도시를 통해서 북한으로 유입되던 남한 상품들이 개성공단을 통해서도 적지 않게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단둥에서 10년 넘게 한국 상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물건들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밝혔습니다.

한국 상품의 주된 고객인 북한상인들이 변경도시 가게에서 팔리는 한국 상품들이 북한 장마당 가격보다 비싸다면서 구입을 꺼린다는 설명입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그들이 값을 더 깎기 위해 일부러 하는 말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들의 말이 사실이었다”면서 “이제 한국물건 장사하기도 어렵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단둥의 또 다른 한국 상품 전문점 주인 박 모 씨도 한국 물건들을 골라놓고 가격을 흥정하다 값이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던 북한상인들이 “개성 쪽에 알아보면 더 눅은 값에 살 수 있다”고 같이 온 일행들과 수근 거리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매달 한 번씩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무역을 한다는 함경북도 청진의 화교 진 모 씨는 “조선의 장마당에 나온 대부분의 한국 상품들이 중국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10%는 눅다”고 말했습니다.

진씨는 그 하나의 예로 지난달 단둥의 한국 상품 전문점에서 30위안에 구입한 여성용 내의를 장마당에서 35위안에 팔려고 내놓았는데 같은 내의를 28위안에 팔고 있어 할 수 없이 손해를 보고 구입해간 물건들을 팔아치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가정이나 식당용 주방용품, 전기밥가마를 비롯한 전기제품, 라면, 다시다 등의 식품류, 여성용 바지를 비롯한 각종 의류, 이불을 비롯한 침구류는 물론 심지어는 설거지를 할 때 사용하는 행주까지도 개성 쪽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품목들을 열거했습니다.

그는 또 “장마당에 나온 한국 상품들과 가격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물건 들여가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국영상점 지배인도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물건을 들여오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개성에서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는 한국 상품들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것인지, 한국에서 들여온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려진 게 없습니다.

개성공단 말고도 중국내 한국 상품 판매점 주인들이 겪는 고충은 또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정기여객선을 이용해 보따리 무역을 하는 사람들을 일명 따이공(代工)이라 부릅니다. 최근 중국세관이 이들 따이공들이 휴대하는 짐에 대해 엄격한 통관절차를 적용하는 바람에 한국물건을 들여오기가 더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한국물건의 대 북한 유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중국 변경도시들의 한국 상품 전문점들은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재고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