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따리상인들 사카린 구매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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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일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중국을 오가며 장사하는 북한 보따리 상인들이 사카린을 구매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그런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북한 보따리 상인들이 사카린을 사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일반 식품점에서 사카린을 취급하지 않고 있어 구매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중국 단동과 선양을 오가며 보따리장사를 하고 있는 장 모 여인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사카린을 구매하려고 중국 식품점에 들러보면 주인이 무엇에 쓸려고 아직도 사카린을 찾느냐고 반문해온다”고 전하면서 “사카린보다 몸에 좋은 설탕을 사가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아 창피하고 곤혹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장씨는 “중국 상인들이 우리네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하는 소리겠지만 사카린 때문에 조선인민들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중국 식품점에 들어가 묻는 것도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탕가루(설탕) 좋은 것을 누가 모르겠느냐”면서 “조선은 경제사정이 어려워 비싼 외화로 들여오는 사탕가루는 엄두도 못 내고 요즘에도 모든 음식에 단맛을 내는 사카린을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 주민 민 모 씨도 “특히 여름철에는 사카린마저 품귀현상이 일어나 비싼 값에 거래된다” 면서 “여름철 최고의 음식인 냉면의 육수를 내는데도 대부분 사카린을 사용하고 여름에 장마당에서 가장 잘 팔리는 까까오(아이스 케키)도 사카린을 물에 풀어 냉동기에서 얼린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민씨는 또 “평양의 대형 음식점에서도 맛을 내는데 설탕대신 사카린을 많이 사용한다”면서 “역시 여름에 많이 찾는 과일단물(과일주스)들도 사카린을 넣어 단맛을 내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가을철 김장을 할 때나 밀가루 빵을 만들 때도 사카린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감미료라고 북한 소식통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에 사카린을 북한에 대량으로 밀수해서 돈을 벌었다는 중국 단둥의 화교 진 모 씨는 “아직까지 북한의 사카린 수요가 줄어든 것 같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꿀을 채취하기 위해 벌통 옆에다 사카린 물을 풀어 놓는 정도라면 북한이 얼마나 사카린에 의존하는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습니다.

사카린은 혀의 단맛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단맛을 느끼게 할 뿐 칼로리가 전혀 없는 화학 감미료로써 한 때 발암 물질이라고 의심되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식품 첨가물로 사용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 발암물질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와 사카린의 식품첨가물 사용금지가 해제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 등 선진국에서는 사카린의 유해논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사카린처럼 강력한 단맛을 내면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또 다른 인공감미료를 개발,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 사이에도 사카린은 인체에 해로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어 중국의 일반 식품점에서는 사카린을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