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이 노동당을 우선시하면서 지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 과거 무소불위를 자랑하던 북한군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인민군대에 대한 공급이 열악해지자, 이로 인한 불만이 노출되고 있다고 여러 북한 소식통들이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대북 소식통: 지금 보위부나 보안성의 위상만 올려놓고 군부는 완전히 보급이 끊어졌어요. 1군단과 6군단, 7군단 일대의 군대들은 강도질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 형편입니다.
이 소식통은 "최전방을 지키는 1군단과 5군단 예하 병사들과 지방 군부대 병사들이 병영을 이탈해 주민들의 짐을 약탈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북한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동향파악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강원도 고성군에서 군사복무를 하다가 영양실조로 귀가한 한 군인으로부터 "전연부대 군인들이 통강냉이와 염장무로 먹고 살아 영양실조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올 겨울에는 강원도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려 고지에 주둔한 중대 병사들은 거의 한 달 넘게 후방과 격리된 상태에서 지내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 김정은이 경호하는 호위사령부와 특수부대를 평양과 근처에 집결시키고 거기에 대한 공급은 괜찮고요...
그는 현재 8군단(평안북도)과 3군단(평안남도), 6군단과 9군단 등 지방 부대 병사들 가운데는 아직도 겨울옷을 공급 받지 못해 여름옷으로 지내는 병사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지난해 초 인민군대에 집중됐던 수산기지와 금광, 광산 등을 떼어내 민생경제 분야로 이전하는 과정에 군 장성들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권분배에 변화가 생긴 이상 북한군의 혼란은 이미 예상됐던 문제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황해북도 지방 주민들도 지난해 황해도에서 아사자가 대량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올해에는 농민들에게 먼저 식량을 분배해주어 4군단 지역 부대들의 군량미 조달도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한바 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이래 아버지 때부터 고수해오던 선군정치를 선당정치로 회귀하는 과정에 오는 부작용"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집권 이후 주민들의 재산을 빼앗는 군대에게 엄중 경고를 내리고, 군관들에게 주민재산을 약탈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날로 악화되는 후방물자 공급 때문에 군인들은 추운 겨울 생존을 위해 탈영하고, 민가에 뛰어들고 있다고 북한 내부 주민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한 북한 주민은 "아무리 군민관계를 훼손하지 말라고, 군대들을 교양해도 배고픈데 타협할 수 있겠는가"면서 "자녀를 가진 북한 부모들은 군대 초모시기를 앞두고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