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얼마 전 북한이 육해공군 합동군사훈련을 벌려놓고 포탄과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북한이 왜 지금 시각에 이런 화력훈련을 했는지,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9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군 육해공군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TV
> “훈련은 대상물에 대한 강력한 화력타격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16분짜리로 편집된 기록영화에는 방사포, 해안포, 해군함정, 미그기 등 북한이 보유한 재래식 군사장비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먼저 170mm해안포가 발사되고, 뒤이어 240mm 방사포 10여대가 바다 건너 맞은편 산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합니다.
또, 5척의 해군함정에서 육지를 향해 방사포를 쏘아대는 모습을 공개하고, 비행기 폭탄투하 훈련도 나왔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열병식을 통해 미사일, 방사포 등을 선보였지만, 화력시위를 대거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민들에게 하루 밥 세끼도 제대로 못 먹이는 북한 당국이 왜 지금 이런 화력시위를 단행했는지 외부세계에서는 의아한 눈길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기록영화를 지켜본 군관(장교) 출신 탈북자는 우선 강성대국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주민들의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심리전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는 어떤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강성대국을 이룰 수 있다는 그런 사기를 올려주기 위한 목적인 것 같습니다. 북한은 심리전을 많이 하지 않나요.”
북한은 이 화력시위를 당과 군의 고위 간부 수백 명과 일반 주민들까지 지켜보게 했습니다.
또, 중앙텔레비전은 매일 두세 차례씩 이 영상을 반복해 돌리고 있습니다.
이 군관출신 탈북자는 북한의 이런 행동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강성대국에 대해 불신하는 주민들에게 “강력한 군사력이 있다”는 신호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생활난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나올 때마다 군사 장비를 공개하면서 “미국 때문에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과연 대규모 화력시위를 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군관 출신 탈북자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쌓아두었던 무기재고를 소비하기 위해서도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지금 잠재되어 있는 총알이나 포알이나 한 것들이 무진장하기 때문에 사실은 이런 것들을 한 번씩 처리할 만도 해요. 한번씩, 어디에다 쏘겠어요?”
북한은 군수경제를 국가가 독점운영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군수품의 가치에 대해 별로 느끼지 못한다면서, 이런 무기 생산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지만, 주민들의 굶주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