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심리전은 최상의 비대칭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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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은 최상의 비대칭 무기”라고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서 대북 심리전 업무를 담당하다 전역한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말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심리전은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최상의 무기이며, 핵무기보다도 활용도가 높다”고 충주대학교 교양학부의 심진섭 교수는 말합니다.

심 교수는 18일 발간된 ‘합참지’ 4월호에서 자신이 과거 군에서 담당했던 대북 심리전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심진섭: 핵은 함부로 터뜨릴 수 없거든요. 아무리 북한이 핵으로 위협을 해도… 그렇지만 심리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가장 무서운 무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건 어떻게 막을 수도 없잖아요.

심진섭 교수는 합참의 민사심리전 참모부에서 1989년부터 2005년까지 심리전 전문요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심 교수는 “과거 남측은 북측을 상대로 전단지와 물품을 살포하고, 확성기와 전광판을 이용하는 등의 심리전을 펼쳤다”면서, “이 중에서도 전광판을 활용한 심리전의 작전 효과가 매우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진섭:

전광판은 글자로 나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보면 믿게 돼요. 보는 것은 믿는 거잖아요. 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대로 상상을 해야 하지만, 전광판은 실제 내가 눈으로 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거지요.

남측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됐던 전광판은 북한 지역에서 잘 보이도록 대형 전자식 글자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심 교수는 전광판을 통해 “사실과 진실만을 알렸다”면서, “나중에 거짓으로 들통 나면 북측 군인들이 아무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광판만큼이나 효과가 있었던 심리전 수단은 확성기 방송이었다고 심 교수는 덧붙입니다.

특히 17세 소녀로 설정된 ‘민지’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렸다고 심 교수는 말합니다. 전연(전방) 지역에서 이 방송을 들었던 탈북자들이 남한에 도착해 “민지를 만나 보고 싶다”고 진술한 경우도 있었다는 겁니다.

심진섭:

확성기 방송 중에서 굉장히 재밌었던 건 ‘시와 음악이 있는 이 밤에’라는 프로그램인데요. 그 방송은 정말 북한군 병사뿐만이 아니고 우리 병사들에게도 굉장히 인기가 높았던 프로그램입니다.

탈북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북한군과 주민은 1997년 이전에는 확성기 방송 내용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지만, 1997년에서 1999년 사이에는 80~90%, 1999년 이후에는 거의 신뢰하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심진섭 교수는 말합니다.


심진섭:

확성기 방송은 우리가 들어도 굉장히 유익한 내용입니다. 바깥의 소식을 일반 라디오와 거의 비슷하게 들려주는 겁니다. 외부 세계의 소식을 가장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겁니다. 이건 우리 (한국) 병사를 아끼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겁니다. 더군다나 북한군 병사를 계몽시키려면 확성기 방송이 필요하지요.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 여부와 관련해 한국의 국방부는 “상황과 조건이 맞게 되면 언제든지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남북 장성급 회담의 합의에 따라 2004년 6월부터 대북 심리전을 중단했지만,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격침 이후 대북 전단지를 보내는 등 심리전을 일부 재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