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중국과의 혜산청년광산 합영(合營)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합영 당사자인 중국기업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주 평양에서 열린 제15차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에 랴오닝성 단둥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들에서 42개 기업, 123명의 대표단이 파견되는 등 북한 시장 진출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상당수 지식인들과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혼란기에는 북한에 대한 섣부른 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북한 주민들은 혜산청년광산과 중국 완샹(萬向)자원유한공사가 지난 2007년에 설립한 혜중광업합영회사를 하나의 실례로 들고 있습니다. 혜중합영회사는 혜산청년광산이 지분의 49%, 완샹자원유한공사가 51%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광산 조업을 시작한 2011년부터 9월부터 15년 동안 공동 경영하는 것으로 계약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 측이 자금과 자재를 투입해 생산을 개시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자 노동자들의 임금문제를 핑계로 계약을 파기했으며 이는 북-중 양국의 외교문제로 비화했습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은 2010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 문제를 제기해 초기 계약 조건대로 합영회사를 운영하도록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 합의한 후에도 북한당국은 완샹자원공사가 스스로 합영회사에서 손을 떼도록 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생산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혜산청년광산의 한 기술자는 “혜산청년광산의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일부러 전기를 주지 않고 있다”며 “의도적인 정전으로 하여 한 달에 200톤의 구리정광밖에 생산을 못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200톤의 구리정광을 생산하는 것도 노동자들의 배급을 비롯해 당장 필요한 자재들을 들여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혜산청년광산의 경우, 중국 측에서는 갱내에 차오르는 지하수를 처리할 전기만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이 되면 다른 기계설비들이 모두 멈춰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현재의 생산량대로라면 올해 구리정광 5천 톤을 생산한다는 당초 계획의 절반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혜산광산의 형편을 잘 파악하고 있는 또 다른 소식통도 “혜산청년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정광을 제련하기 위해 900만 달러의 자금을 들여 양강도 운흥군 일건노동자구 제련소를 새로 복구해 놓았다”며 “지금은 생산한 정광이 모두 중국으로 건너가기 때문에 일건제련소는 멎어있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정전뿐만 아니라 지하갱도로 통하는 콘베아 설비들을 일부러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산을 방해해 손해를 감당하지 못한 중국기업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만든다는 것이 혜산청년광산의 얄팍한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