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가 기존 300㎞에서 800㎞로 늘어났습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미 간 합의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국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 개정으로 인한 동북아 지역의 군비확산 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11년만에 개정됐습니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800km로 늘어난 게 핵심입니다. 기존 사거리는 300km였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군은 유사시 충청도 이남 지역에서 북측 최북단 지역의 군사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북한의 핵 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모두 사정권 안에 두게 된 겁니다.
탄두 중량은 기존 500kg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새 미사일 지침에 따르면 사거리를 550㎞ 정도로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을 1t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1t짜리 탄두는 축구장 30여 개를 한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무인항공기의 탑재중량을 기존 500kg 이하에서 2500kg 이하로 늘린 것도 눈에 띕니다. 무인항공기는 북측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을 실시간으로 정찰할 수 있고 공격 무기를 탑재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탑재중량 2.5t 정도면 감시장비와 통신장치 등을 갖춘 무인항공기에 공대지 유도탄을 6발 정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미사일 지침 협상의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입니다. 청와대에서 7일 기자회견을 가진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입니다.
천영우: 금번 미사일 지침 개정의 성과를 요약하면,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 무인 항공기의 탑재 중량에 있어서 현재와 미래의 군사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넉넉한 수준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에 미사일 지침을 수정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제하는 데 있다”고 천 수석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탄도미사일과 무인항공기의 능력 향상은 물론이고 대북 감시 정찰 능력과 미사일 방어 능력도 함께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천영우 수석은 덧붙였습니다.
천영우: 만약 북한이 무력 공격이나 도발할 경우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전력을 조기에 무력화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효과적이고 다양한 수단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미사일 지침의 개정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군비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객관적 여건을 볼 때 한국의 탄도 미사일 사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국방연구원 박사: 군비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주변국에 있는 미사일과 대등하거나 견줄만한 능력을 가진 미사일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미사일 지침에는 그런 게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800km는 한반도를 주 환경으로 하는 것이고요. 중국은 이미 1만km가 넘는 사거리의 미사일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미사일보다 월등합니다. 그래서 군비경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1979년 만들어진 한미 미사일 지침은 2001년 처음 개정됐습니다. 북한이 사거리 1300㎞의 로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2차 개정도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가 직접적인 계기였고, 천안함 사건 이후인 2010년 9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