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 미사일 요격 신중해야”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 발사할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망을 통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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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지난 10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계속하면 이른바 MD, 즉 '미사일방어망체제'를 가동해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실제로 요격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GlobalSecurity)의 찰스 빅(Charles Vick) 선임 연구원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일은 비현실적(impractical)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때만 요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ick: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약 41도의 기울기로 남태평양 방향으로 날아가 미국 영토인 하와이에 미치기 훨씬 전에 지구 궤도(earth orbit)에 도달하리라 봅니다. 이럴 때 북한의 미사일은 미국 영토 어느 곳에도 가까이 접근하지 않게 됩니다. 미국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서 발사돼야만 합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빅 선임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겠지만 북한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주장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서 제재를 가하는 조치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실제 요격할 개연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은 설사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북한의 사후 대응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Park: 북한은 새로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수 있고 미국의 요격을 군사 행위로 여겨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될 것입니다. 북한이 보복 수단으로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해군이 침입할 수도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만일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 잔해가 일본 영토에라도 떨어지면 관련국들은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되리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미국이나 동맹국들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면 북한은 미국이 도발 행위를 했다며 자국에 쏟아질 비난을 미국으로 전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도 25일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대니얼 핑크스턴(Daniel Pinkston) 수석 연구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위기 상황은 더 악화하리라고 내다봤습니다.

핑크스턴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한다면 북한은 이를 6자회담에서 탈퇴하면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구실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