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 양보 노려”

0:00 / 0:00

앵커 :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국내적으론 주민 단결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론 장거리 로켓 발사능력을 통해 미국의 굴복과 양보, 특히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 교수가 주장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 4월 김정은 체제 들어서 장거리 로켓 발사실험에서 실패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는데요. 그 동기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우린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설적으로 말하면 가능한 동기는 몇 개 있습니다. 첫째로 이것은 미국을 겨냥한 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술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과학자들이 이번엔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래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다시 한번 허락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것은 국내 정치입니다. 왜냐하면 4월 발사, 더 정확히 말하면 4월 발사 당시 실패를 인정해 북한 주민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기자: 금방 북한의 로켓 발사 목적 가운데 하나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과연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미국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단기적으론 북한이 얻은 게 없지만 장기적으론 얻을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북한의 성공적인 발사는 나중에 북한이 미국 대륙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희망은 즉각적으론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그 압력에 굴복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이런 저런 양보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북한이 제일 필요한 것은 일반적인 경제 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미국과의 수교 등 외교적인 측면보다는 경제적인 지원을 얻어내려 로켓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인가요?

란코프: 물론 외교관계 수립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만 북한 외교역사를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경제지원을 얻어내는 일입니다.

기자: 북한은 미국과는 핵 문제도 걸려 있는데요. 북한이 이번에 로켓 발사를 통해 핵 보유국가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진 않을까요?

란코프: 물론 북한은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또 미국과 수교를 바람직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수교 이후에 미국에서 더 많은 경제지원을 받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이 하필이면 19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일을 코 앞에 두고 실험했는데요. 북한이 굳이 이 시점을 택한 동기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또 유권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남한 대선에 대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남한 유권자들은 북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도발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번 로켓 발사는 대한민국 선거, 남한 대통령 선거에 그리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물론 천안함 폭파와 같은 폭력적인 사건이라면 남한 유권자들은 좀 더 신경쓰겠지만 로켓 발사는 그들의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로켓을 발사한 것은 결국 김정은이 당과 군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나요?

란코프: 솔직히 우리는 북한 지도부 내막을 잘 모릅니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길 희망하는 게 확실합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에 로켓을 발사하기 전에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유엔 차원, 그리고 미국의 동맹을 중심으로 한 제재가 불가피해졌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제재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실효성이 별로 없습니다. 북한은 제재를 많이 무시해왔습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중국의 태도입니다. 중국은 대북한 제재를 공개적으론 반대하지 않지만 사실상 많이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북한은 제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 과거 중국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여러 번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그런 제재는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고 북한 정치노선에도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런데 중국에선 최근 시진핑 총서기가 새 지도자로 취임했는데요. 시 총서기가 취임하자마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해서 중국의 새 지도부도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됐는데요. 향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중국의 대북정책은 많이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중국의 대북정책은 아주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제일 중요한 정치 목적은 한반도 안정유지, 현상유지입니다. 둘째로 한반도 분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아주 중요한 완충지대입니다. 지금 남북한 국력을 감안하면 통일은 거의 불가피하게 흡수통일이 될 것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민주주의 국가이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이 갑자기 이웃나라가 된다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통일은 북한의 남한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력 격차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한편으론 안정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분단을 유지하려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지만 이런 정책을 바꾸진 못할 것입니다.

기자: 결국 중국의 확실한, 완전한 동참이 없는 유엔 제재, 또 미국 중심의 제재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이네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중국은 어느 정도는 제재에 참여할 것입니다.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포괄적인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상당히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고, 한국에서도 19일 대선이 치러지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데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란코프: 단기적으로 말하면 남북관계도, 북미 관계도 많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미국은 적어도 몇 개월 동안 북한과 회담을 가질 의사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이걸 아주 냉소적으로 봅니다. 지난 핵실험 및 로켓 발사 역사를 보면 장기적으론 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주는 영향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몇 개월은 시끄럽겠지만 그 이후엔 회담이 다시 열릴 것입니다. 즉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즉각적으로 많이 열악해지겠지만 내년 여름쯤 다시 정상화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