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극비 방중’ 소문 양강도 일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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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벌써 혜산시를 중심으로 양강도 일대에 널리 번지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지만 김정일의 방중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는 것 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강도 만포시를 거쳐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국경 도시인 혜산시 주민들에게 즉각 알려지면서 북한당국의 치밀한 보안조치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소식통은 “어제(26일) 오후 2시쯤에 장마당에 들렸는데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중국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며 “장사꾼이나 밀수꾼들중 많은 사람들이 불법 휴대전화를 통해 중국 사람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소문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며칠전 부터 갑자기 혜산세관이 폐쇄되고 중국변방대의 순찰이 강화되어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북한)쪽 국경경비대나 보안원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다고 실토했습니다.

특히 이번 중국방문에는 후계자로 낙점된 김정은이 동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의 관심은 이번 중국방문 결과가 김정은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려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다른 소식통은 “김정일이 아들을 데리고 중국방문 길에 올랐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지난번 중국방문 때에는 빈손으로 돌아와 간부들조차도 크게 실망했었는데 이번에는 중국이 뭘 좀 지원해 준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어제(26일) 혜산시에서는 큰 사고가 일어나 간부들과 보안원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큰 사고로 입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김정일 방중소식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고 말해 보안실패가 대형사고 때문임을 알려왔습니다.

혜산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26일 오전,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길에 나섰던 김정숙 제1중학교 학생들을 태운 자동차가 굴러 떨어져 보위부와 보안서 간부들이 모두 사고현장으로 출동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고 자동차가 혜산-삼지연 사이에 흐르는 가림천 강을 건너던 중 다리난간을 받고 추락했다며 차에 타고 있던 학생 37명 중 4명만 구출되고 나머지는 모두 사망하거나 중태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숙 제1중학교는 평안남도 소재지인 평성시에 자리잡고 있는 수재양성 학교로 학생은 주로 평안남도 간부들과 평성과학원 과학자의 자녀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의 혁명전통을 체험한다는 명목아래 백두산 혁명전적지를 걸어서 답사하도록 하고 있으나 부유층 자녀들인 학생들이 돈을 내고 몰래 도 농기계작업소 자동차를 빌려 타고 출발했다가 변을 당했다는 설명입니다.

사고 소식은 즉시 노동당 중앙위에 보고되었고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긴급대책을 세울데 대한 지시를 내리면서 도당책임비서와 도 인민위원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간부들이 사고현장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소식통들은 불법적인 자동차의 사고로 고급 간부들의 자식들이 많이 사망한 날이 공교롭게도 김정일의 중국방문 날짜와 겹치면서 앞으로 보안유지에 실패한 간부들에게 어떤 책임추궁이 이어질지 몰라 몹시 당황해 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극비리에 조직된 김정일의 중국방문 소식이 하루도 못돼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진데다 중국측의 지원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높은 기대감이 당대표자회를 앞둔 북한정권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