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강성대국을 목표로 벌여놓은 10만 세대 건설이 자재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지원금을 내라는 성화에 주민들의 등허리가 휠 정도라는 데요.
최민석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북한이 벌여놓은 국가급 프로젝트, 즉 거대한 대상 공사인 10만 세대 건설이 북한 주민들의 두 어깨를 누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한 중국인은 "10만 세대 건설장에 사람들이 넘쳐났지만, 정작 자재가 부족해 대부분 놀고 있었다"고 그곳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중국인에 따르면, 북한은 10만 세대 공사에 필요한 시멘트와 자갈, 모래 등을 미처 공급할 수 없게 되자, 각 공장, 기업소, 대학들에 아파트 한 동씩 맡겨주었습니다.
이른바, 자력갱생으로 아파트를 한 동씩 지어 바치라는 소립니다.
이렇게 되자, 일부 힘이 있는 공장이 맡은 아파트 층수는 올라가지만, 힘이 없는 단위가 맡은 아파트는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전국의 대학 졸업예정자들을 10만 세대 공사에 투입시켰습니다.
이 중국인은 "북한 당국이 '10만 세대 건설에 참가한 사람만 졸업시켜주라'고 선포했다"고 어느 한 평양대학생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졸업을 눈앞에 뒀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우리 학년은 정말 복이 없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북 전문매체인 데일리NK도 최근 10만 세대 공사 동원으로, 북한 대학교 과정이 1년간 연장됐다고 보도했습니다.
10만 세대 공사는 자재 부족으로 수시로 중단되고 있습니다.
시멘트와 자갈 등이 도착하지 않으면 건설자들은 하루 종일 "수도관을 판다, 나무구덩이를 판다"하면서 허드렛일만 하고, 일부 건설자들이 낮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벌이는 등 건설장이 조용한 날이 별로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도 정규보도 시간에 "10만 세대 공사가 힘차게 벌어진다"고 매일 보도하지만, 사실은 텔레비전이 촬영할 때만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척하고, 돌아가면 별 볼일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북한주민 김철수(가명)씨도 "지나친 세부담에 주민들의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민반별로, 직장별로, 또 학교별로 각종 지원금을 요구해 일반 가정이 내는 돈은 하루 평균 1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세부담이 너무 많아 대학생들 속에서는 "월사금이 아니라, 일사금"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나라 학교들에서 매달 바치는 학비를 '월사금'이라고 배워온 북한 학생들은 "그럼 우리나라에선 매일 바치니 일사금이겠네"라고 비아냥댄다는 것입니다.
또, 시멘트나 자갈 등을 구해오는 사람은 10만 세대 공사에서 제외시키는 특혜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돈이 없는 주민들은 몸으로 때워야 하고,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때우는, 이것이 바로 10만 세대 공사 현실이라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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