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요즘 같은 봄철엔 산과 들로 나가는 분들이 많죠. 이 시기 가까운 사람들과 나물 캐는 재미도 솔솔한데요.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도 북한 주민들은 소위 외화벌이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동원돼 일을 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봄철이 되면서 북한에서는 각 기업소, 협동농장, 군부대에 이르기까지 ‘외화벌이 전투’가 한창입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집단은 물론 개인별로도 외화벌이 경쟁을 시키고 있습니다. 외화벌이엔 심지어 학생들까지 동원됩니다.
특히 이른 봄엔 강변에 나와 사금을 채취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모래밭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일은 망망대해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강바닥을 힘들게 파 모은 사금은 충성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에 바쳐집니다.
또 이른 봄에는 약초와 산나물 채취로 북한 주민들이 눈코뜰새 없이 바빠집니다. 북한에선 약초와 산나물도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급 산나물로 알려진 두릅은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일본 등에 수출됩니다.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두릅철만 되면 전국의 산과 들이 사람들로 가득찹니다. 짧은 시기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는 관계로 두릅 따는 일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자강도 중강 출신의 탈북자 박건하 씨의 말입니다.
박건하: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사람은 돈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는 사람은 고사리 등 뭐든 가격에 상응하는 다른 물품을 받치면 됩니다.
과거엔 그래도 산나물을 채취한 주민들에게 일정한 보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사리 10kg을 말려서 상납하면, 1kg에 해당하는 가격만큼 식량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외화가 고갈된 요즘엔 이마저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보상도 없는 일을 해야 하는 주민들로선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하는 시늉은 내야 합니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한다는 이유로 행여 눈총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춘궁기 식량 걱정을 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은 이래저래 시름만 깊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