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폐개혁 수습 ‘강온 양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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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실패로 급증하는 사회적 범죄를 막고, 빈곤층들을 달래기 위해 강온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1월 단행된 화폐개혁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각종 사회적 범죄와 꽃제비, 즉 길거리 방랑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쌀 가격이 1kg당 500원을 돌파하면서 구매력을 잃은 주민들이 강도와 절도 행각에 나서고, 힘없는 아이들은 꽃제비로 전락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이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뭐 계속 강도 일어나고 무슨 어쨌든 대단히 살벌해졌습니다. 꽃제비 늘어나서 회령 국경에서 꽃제비 단속 상무들이 나와서 아이들 계속 잡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0일 밤에도 회령시 중심에 있는 김정숙(김정일 생모) 동상 앞에서 30대 여성이 일본제 자전거를 빼앗기고 목숨을 잃는 등 하루 저녁에도 강도, 절도 행위가 여러 건 발생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얼마 전 함경북도 청진시와 함흥 지방을 다녀온 한 북한 주민은 “지금 역전들에는 행인들의 짐을 전문 훔치는 절도단이 대낮에도 등장하고, 밤에는 군대로 가장한 강도들이 나타나 주택지구 음식 매대를 습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생활이 좀 괜찮다던 신의주와 회령시 등 국경지역에도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빈곤층의 가정들이 해체되고 꽃제비들이 기차역전과 식당을 헤매는 등 90년대 대아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이 주민은 말했습니다.

사회적 혼란이 심각하게 제기되자, 북한 당국도 이를 수습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사회범죄를 막기 위해 북한 지도부는 권력기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음력설을 전후해 국가안전보위부(제10215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과 인민보안성 협주단 공연을 관람하는 등 체제 안보기관들을 찾아다니며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 양대 보안기관은 지난 2월 8일 반체제불순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한 보복성전을 개시한 이래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집단행동 움직임이나, 사회적 불만, 범죄요소에 대해 강력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당 간부들은 사회 빈곤층들의 생활안정에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최대 피해지로 알려진 함흥시에서는 도당 책임비서가 직접 유아원(고아원) ‘명예원장’이 되어 고아들의 생활을 돌봐준다고 얼마 전 국경에 들어왔던 한 함흥 주민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중앙당에서 “간부들이 이신작칙(솔선수범)하여 살림이 어려운 가정들과 고아들을 돌봐주라”는 지시가 내려와 당 간부들과 공장, 기업소 간부들이 자기 구역의 어려운 세대들을 찾아다니면서 식량을 조금씩 나눠주고 “조금만 참으면 잘 살게 된다”며 주민들의 등을 다독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의 이러한 ‘애민행보’는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자칫 후계체제 구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벌이는 선심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