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전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이 최근 들어 할리우드 오락 영화에서도 악당으로 곧잘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도발이 영화 속 악역에 적격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해 11월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레드던’.
북한이 미국 상공에서 터뜨린 핵폭탄에서 나온 전자기파로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전기 공급이 끊긴다는 내용이 줄거리입니다.
미국에 위협을 가하는 적군 역할로 북한군 특수부대가 미 서부 해안에 상륙합니다.
미군 전문지인 ‘성조’는 11일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최근 들어 북한이 단골 악역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007 어나더 데이’ ‘스텔스’ ‘솔트’ 등 2000년 이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에서 유독 북한이 적으로 등장하는 예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이 매체는 최근 10년 동안 최소 6편의 할리우드 대작에서 북한이 적으로 등장한 반면 그 이전 30년 간 북한을 적국으로 묘사한 주요 영화는 3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레드던’도 1984년 원작에서는 옛 소련과 쿠바 연합군이 미국을 침공했고 이번 영화도 애초 중국을 적국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유독 악한 세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성조’는 우선 북한이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지난 수십 년 동안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중동에 무기를 수출하는가 하면 불법 마약류 유통에 개입하는 등 실제로 나쁜 행동을 일삼았다는 겁니다.
신문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앞세운 기괴한 지도자,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선전선동, 그리고 미국을 향한 위협 등 영화 속 악역의 요건을 빠짐없이 갖췄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다 냉전 종식과 함께 1980년대까지 주로 영화 속 악당이었던 옛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소멸됐고, 1990년대 영화에 단골 악역이었던 중동 급진주의자들은 이슬람권의 반발을 불러온 점도 작용했습니다.
신문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도발을 일삼고 있다며 북한이 앞으로도 당분간 영화 속 악당으로 꾸준히 등장하게 될 걸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