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 영화 비난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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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에서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인 영화 한 편이 북한 당국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북한은 이 영화를 가리켜 '테러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오는 10월 미국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소재로 한 영화 한편이 개봉됩니다.

‘인터뷰(The Interview)’라는 제목의 이 영화에서 방송인인 두 주인공은 김 제1위원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데 CIA, 즉 미국 중앙정보국으로부터 김 제1위원장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이러한 엄청난 임무를 갖고 북한을 방문한 두 방송인은 북한에서 겪는 갖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우정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영화 중간에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 제1위원장을 풍자하는 대사도 나옵니다.

녹취 /The Interview: 여러분은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들어가게 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돌고래와도 이야기를 나누는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화장실도 안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 영화를 노골적인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미국 행정부가 북한 최고 수뇌부를 모독 중상하고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비호하고, 영화상영을 묵인한다면 단호하고 무자비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단순히 전세계가 인정하는 독재자를 소재로 한 영화일 뿐인데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미국 정부나 정치권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 그만큼 북한에 대한 인식이 미국에서도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일반 미국인들도 김정은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북한 정권에 대해서 알고 있고, 북한을 한국과 미국 등 이웃 나라를 협박하는 불량국가로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그런 식으로 나온 것이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권리 위에서 전세계 영화인들이 2차대전 직후에는 독일의 독재자를, 냉전시대에는 러시아의 독재자를, 그리고 중국이나 베트남, 즉 윁남의 독재자를 풍자해 왔다며 이러한 예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북한 당국의 옹졸함을 꼬집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자신들의 뜻에 반하는 말과 행위를 했던 전세계 지도자들을 저급한 용어까지 써가며 비난해 왔던 북한이 과연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와 미국 행정부를 위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덧붙였습니다.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오바마 대통령 뿐만 아니라 마이클 커비(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까지(북한은 비난을 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무대나 외교무대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태도죠.

한편 영화제작을 맡은 세스 로겐 감독은 자신의 인터넷 사회적연결망인 트위터에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분명히 영화를 볼텐데 그가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크게 개의치 않는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