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 합작 추세 고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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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과 외국이 공동 제작한 영화가 국제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이러한 추세가 북한의 영화 발전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양과 북한의 첫 합작 영화인 로맨틱 코미디물 ‘김동무, 하늘을 날다’, 북한과 미국 간 합작영화 ‘산너머 마을’. 북한과 외국 간 영화 합작이 북한 영화 발전과 해외의 북한에 대한 시각 등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 영화, 문화 등을 연구해 온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주립대학(Santa Barbara)의 김숙영 교수는 조선 영화제작소 자체가 소련 영화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등 이전 북한 영화들에 소련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에 비해, 합작 영화들이 이런 점에 있어 균형을 찾아 준다면서 북한의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김동무, 하늘을 날다’를 보면 다른 북한 영화들은 동시 녹음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동시 녹음을 통해 높은 수준의 배경 음악을 담고 있다면서 기술적 선진화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영화에서는 한국의 전통 타악기 소리를 북한과 벨기에 음향 기술자들이 함께 재해석함으로써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선율을 만들어 냈다고 김 교수는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던 여배우 한정심씨도 해외 언론과의 회견에서 ‘김동무, 하늘을 날다’의 장점에 대해 ‘화면이 기름지다’라고 표현해, 이 영화가 선진 제작 기술을 도입해 북한 영화 기술의 발전을 끌어냈음을 시사했습니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주제 면에서도 ‘김동무, 하늘을 날다’에서 처럼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한 소녀가 꿈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에 유머라는 요소를 가미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고 김 교수는 전했습니다.

김숙영 : 엉뚱 기발한 여주인공이 있고,(그녀가) 고집(투지) 하나로 자기 꿈을 이룬다는 자체가 보편적인 주제잖아요. 아마 이런 점에서 (북한에서도) 국제적으로도 공감도 끌어낸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동무, 하늘을 날다’의 감독인 벨기에, 즉 벨지끄 출신 제작자 앤저 대일만스 씨와 고려 여행사의 영국 출신 니콜라스 보니 씨도 “북한의 사상, 정치를 떠나 북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 간 합작영화 ‘산너머 마을’도 한국 전쟁 중 남한 군인과 북한 간호사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라고 소개하면서, 해외 합작 영화가 외국과 북한 간 문화, 시각 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외국 간 합작 영화들이, 북한의 변화를 정치적으로 유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류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문화 작품을 통해 북한과의 공감을 끌어 내는 것이 여러모로 고무적이라는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지난 오는 9월 6일과 7일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남가주 대학(USC)이 주최한 북한에서 만들어진 영화 또는 북한과 관련한 영화를 연구 분석하는 세미나에 공식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바 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는 특히, 서양과 북한의 첫 합작 영화인 로맨틱 코미디물 ‘김동무, 하늘을 날다’, 2009년에 제작된 중국 출신 장률 감독의 한국영화 ‘두만강’, 북한의 대표적인 예술영화로 최익규 감독이 1972년에 제작한 ‘꽃파는 처녀’, 한국에서 제작된 ‘은밀하게 또는 위대하게’ 등 총 5편이 소개, 분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