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량강도 아이들’ 내달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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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인 '량강도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21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북한 출신 정성산 감독은 "북한에 있는 조카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어느 촌마을 학교에서 늘 따돌림을 당하는 종수가 주인공입니다. 인민학교 4학년인 종수는 12월 어느 날 남한에서 대형 풍선을 이용해 날려보낸 주머니를 우연히 줍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12월25일 성탄절을 맞이해 남한의 어린이들이 보낸 선물이 주머니에 담겨있습니다. 성탄절 하루 전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산타클로스가 입는 빨간 복장과 움직이는 로봇도 들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신기한 장난감을 갖게 된 종수는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갑자기 '실세'로 등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시끌해지자 아이들은 보위부의 주목까지 받게 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서울의 한 극장에서 21일 열린 영화 시사회가 끝난 다음, 북한 출신인 정성산 감독은 "양강도는 북한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이라면서 "북한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양강도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995년 탈북한 정 감독은 그간 요덕 수용소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요덕 스토리'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영화감독으로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정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에 남은 조카들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성산 감독입니다.

정성산: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찍을 때부터 조카들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요. 저의 피붙이니까요. 더군다나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인물들이 희한하게 저의 조카들을 닮았다는 걸 느꼈어요.

2남4녀 중 막내인 정성산 감독은 자신에게 “13명의 조카가 있는데, 이들 중 8명이 행방불명”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에 대해 무관심한 남한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영화 ‘량강도 아이들’의 또 다른 연출가인 김성훈 감독은 “이 영화는 가족 오락 영화”라면서 “영화적 상상력과 예술인으로서의 신념을 가지고 성탄절 선물을 둘러싼 작은 소동을 통해 건강한 웃음과 재미, 그리고 따뜻한 감동을 전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주식회사 ‘영화사샘’의 김동현 대표는 “이 영화는 정치적인 부분은 배제했다”고 강조하면서도, 영화를 통해 남북한의 정치인들이 서로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꿨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현:

저희 영화는 따뜻한 영화입니다. 저는 남한의 어른들과 북한의 어른들이 좀 따뜻한 영화를 보면서 조금 너그러운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4년 7월 강원도 영월에서 제작하기 시작한 이 영화는 2010년 12월 마무리 작업을 거쳐 오는 3월17일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북한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량강도 아이들’이 한국의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