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간부에 외국영화 채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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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영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 히틀러의 계략에 맞서는 옛 소련의 모습을 담은 전쟁 영화 '위험계선'을 방영했다.
북한 국영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 히틀러의 계략에 맞서는 옛 소련의 모습을 담은 전쟁 영화 '위험계선'을 방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 북한 당국이 한국이나 외국의 영상물을 본 주민들을 강력히 처벌하면서도 정작 고위급 간부들을 위해서는 외국영화들을 볼 수 있는 텔레비죤(TV) 통로(채널)를 따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어 일반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중앙당 비서급 간부들이 모여 살고 있는 평양시 대동강구역 은덕촌에 이어 올해 초에는 중구역 영광거리, 만수대 거리, 창광거리에 있는 중앙당 과장급 이상 간부 아파트들에 유선 텔레비죤(TV)을 따로 설치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참고통신’으로 불리는 이 텔레비죤 통로에는 외국영화와 외국의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선택해 볼 수 있는 통로(채널)가 따로 있으며 ‘이 시각 세계’라는 전문 보도 통로도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중앙당 부부장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형이 나서서 간부 아파트단지의 경비초소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는 이 소식통은 ‘참고통신’ 텔레비죤의 ‘이 시각 세계’라는 통로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범죄, 사건사고들을 보도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참고통신’ 텔레비죤을 켜면 맨 처음 “본 통신에서 제공하는 영상물의 내용을 외부에 발설할 경우 엄격한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 문구가 뜬다며 외국영화를 제공하는 ‘참고통신’ 텔레비죤에도 한국 영화나 음악은 볼 수 없었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앙당 과장급 이상 간부 가정들에 ‘참고통신’이라는 텔레비죤 방송이 따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이 평양시 주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고급 간부들만을 위한 ‘참고통신’ 텔레비죤과 관련해 평양시 주민들은 한쪽으로는 불법영상물들을 단속하면서 간부들에게만 따로 외국영화들을 볼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한 김정은 정권의 이중성에 매우 격앙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는 외국영화를 방영하는 ‘만수대 텔레비죤’이 따로 있는데 이것도 제한된 영화만 방영하고 있으며 그나마 평양시 주민들만 시청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만수대 텔레비죤’에서 이미 방영한 외국영화를 지방의 주민들이 볼 경우 불법영상물을 시청한 죄로 엄격히 처벌받는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참고통신’과 같이 고급 간부들만 외국영상물을 볼 수 있는 텔레비죤을 따로 만들어 놓고 인민들을 향해서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차단한다”고 단속하는 김정은 정권을 향해 주민들은 “자본주의 황색바람도 간부들에게는 불지 않는거냐”라며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