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뇌물만 고이면 거주이전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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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주민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북한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액의 뇌물을 고이면 자기가 원하는 지역으로 이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90일 이상 체류하려는 자는 내각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1957년에 반포된 북한 중앙인민위원회 결정 56호입니다.

98년 헌법개정으로 중앙인민위원회는 없어졌으나 이 결정은 여전히 유효해서 북한정권이 주민들의 거주이전을 막는 족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이 규정도 북한사회에 만연한 뇌물의 위력에 점점 효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 방문에 나선 함경북도 주민은 “뇌물을 고이면 전가족과 함께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하는 게 가능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주민 소식통은 “지역에 따라 뇌물 액수가 일정치 않으나 내가 살고 있는 함경북도의 경우 도내로 이전을 할 경우에는 약 2000달러, 평양으로 이주를 원할 경우는 두 배가 넘는 약 5000 달러 정도의 뇌물을 고이면 이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신의주나 혜산 등 국경도시로 이주하는 것은 평양으로 옮겨 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 더 많은 뇌물을 고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내 누이동생이 남편과 사별한 후 두 아이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어 이를 보다못해 뇌물 2,000 달러를 고이고 우리 집에 동거거주를 시켰다”면서 “1,000달러면 조그만 땅집(일반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는데 거주 이전하는 데만 집값의 두 배가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이모 씨는 “10여 년 전 내가 북에서 살던 당시에도 뇌물과 뒷배가 있으면 직장(소속단위)을 옮기는 방법으로 거주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최근엔 그 뇌물액수가 대폭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 량모 씨는 “뇌물공화국 조선에서 돈을 고이면 안 되는 일이 없지만, 우리 같은 외국인(화교)의 경우는 아무리 큰 뇌물을 고여도 거주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들 주민 소식통들은 “과거 일본에 살다가 북으로 이주한 귀국자들의 경우도 뇌물을 고인다 해도 거주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화교나 귀국자들은 특별관리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