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8일 간 이집트 전역에서 계속된 시민 혁명에 굴복해 11일 전격 사임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이집트를 장기 통치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민주화를 향한 이집트 국민의 요구에 결국 무릎을 꿇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집트 국민과 국제사회의 거센 퇴진 압박에도 사임을 거부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이 마침내 11일 권력을 군에 이양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집트 공화국 대통령직을 사임했으며 군 최고 위원회에 국가 운영을 위임했다고 전했습니다.
30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했고 지난 18일 간 계속된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외면하면서 자리지키기에 연연했던 그의 퇴진을 알리는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슐레이만 부통령 인서트]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알려지자 이집트 전역은 민주주의를 성취한 시민 혁명을 자축하는 축제에 휩싸였습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의 시내 곳곳에서는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국기를 흔들거나 서로 얼싸안고 “이제 이집트는 자유롭다”,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또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쉴새없이 경적을 울렸고 시민들이 모여 축하의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으로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된 군 최고위원회는 즉각 내각을 해산하고 의회 기능을 중단시키는 한편 오는 9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가 자유롭게 치러질 것을 약속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사임 발표 전 대통령 궁을 떠나 헬리콥터로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인 샤름-엘 셰이크로 도망치듯 떠났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 발표에 이집트 야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앞으로 급변 사태없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차기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환영한다는 뜻을 일제히 밝혔습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루이빌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역사의 전환점(a pivotal moment in history)”이라고 평하며 환영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 인서트]…today is a pivotal moment in history – it’s a pivotal moment not only in Mideast history but in history, I would argue.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했다고 밝혔습니다.
1981년부터 30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은 부패와 실정 탓에 경제가 피폐해진 데다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거센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