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쟁놀이가 부른 살인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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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지난 24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일어난 살인참극은 김정은 정권의 전쟁소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쟁위기를 장사의 기회로 삼으려다 돈을 날린 가족들 간에 갈등이 있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전승절’ 6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특별경비’주간까지 선포했던 24일, 양강도 ‘혜산시장’ 앞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혹한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혜산시 혜신동에 사는 최씨 성의 한 남성이 자신의 처형과 처형남편, 즉 손위동서를 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인데요.

양강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의 전말이 자세히 밝혀지면서 김정은 정권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혜신동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지난 3월 초에 휘발유 장사 밑천으로 처형의 남편이 돈을 꾸어 간데서 비롯됐다”며 “돈을 갚지 않는데 대한 앙심으로 저지른 살인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살해당한 처형의 남편 김씨는 지난 3월 초, 김정은 정권이 핵전쟁소동을 벌려놓은 와중에 아래 동서인 최씨를 찾아가 중국인민폐 4천원(위안)을 꾸었다고 합니다.

당시 김정은 정권은 정세를 긴장시키며 군부대들은 물론 사법기관들과 민방위기관들에도 전시용휘발유를 풀어 공급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 값 눅은(싼) 휘발유를 미리 사두었다가 정세가 안정돼 다시 휘발유가격이 오를 때 폭리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돈을 꾸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열흘이나 보름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타산했던 김정은 정권의 전쟁소동이 몇 달을 끌면서 휘발유 가격은 전혀 오를 줄을 몰랐고 김씨는 동서인 최씨의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휘발유 장사를 하다가 돈을 날린 처형남편이 밀수와 자전거 장사를 하며 조금씩 빚을 물었다”며 “그 과정에 돈을 꾸어준 동서와 많은 다툼이 있었고 살해당한 날 아침에는 동서를 심하게 폭행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살인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이 소식통은 돈을 꾸어주고 폭행까지 당한 동서 최씨가 숱한 사람들이 지켜보는 장마당에서 처형과 처형남편 김씨를 수차례씩 번갈아 가며 칼로 찔러 살해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다른 여러 소식통들도 “감옥에 갇힌 살인범이 자신을 ‘총살해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고 전하며 “당국의 쓸데없는 전쟁소동이 부른 이번 살인참극을 놓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