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 사원 인근에 건립중인 역사 박물관이 1년 여 공사를 끝내고 오는 4월 개장할 예정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앙코르 와트 사원 인근에 건립중인 앙코르 문화 역사 박물관이 오는 4월 말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라고 캄보디아 언론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캄보디아 현지 언론은 그 동안 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공사 현장에 접근조차 막았던 정부 당국이 최근 ‘비밀주의’에서 ‘적극홍보’로 태도를 바꿨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북한의 만수대창작사 해외사업부가 시공을 맡은 앙코르 와트 박물관의 총 공사비는 1천만 달러로 전액 북한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 와트 사원이 위치한 ‘앙코르 고고학 공원’ 입구에 들어선 박물관은 캄보디아 고대 전성기인 앙코르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전시물은 길이 120미터 높이 13미터 크기의 초대형 파노라마 모자이크 그림으로 수백 명의 북한 화가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모자이크 그림은 세 가지 주제로 나눠 각각 앙코르 왕조 전성기인 자야바르만7세의 정복전쟁, 바이욘 사원과 앙코르 사원의 건립, 그리고 앙코르 시기 주민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박물관 내부에는 이 밖에 부처를 마치 사진처럼 세밀히 묘사한 대형 초상화가 걸려있고 앙코르 사원 조성 당시 돌을 밀림 속으로 운반하고 조각했던 과정을 묘사한 입체(3D) 영화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캄보디아 문화부 측은 전시물 중에는 캄보디아 예술가들이 작업에 참여한 작품도 있다며 이번 박물관 건립에 북한과 캄보디아가 함께 참여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화부 관계자는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앙코르 와트 사원 인근에 들어선 박물관이 캄보디아의 황금기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그 동안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조형물 제작을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해온 북한이 거액을 들여 캄보디아에 박물관을 짓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아프리카에 건립한 대형 기념비와 건축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검은 기념비’ 프로젝트를 제작중인 한국의 최원준 사진작가도 7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원준 사진작가 : 지금 북한이 상황이 안 좋은 데, (북한이 건립 비용을 댄) 캄보디아의 경우는 매우 흥미로운 경우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입찰 방식에서 북한이 선택된 이유가 가격이 쌌다는 이점과 아프리카 독재자들과 친분 때문이었거든요.
현지 언론은 북한이 앙코르 와트 박물관을 건립해 기증하려는 배경으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이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막역한 사이였던 점을 들었습니다. 선대의 우정을 유지하려는 현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겁니다. 또 북한 예술 작품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 관광지를 찾은 세계인들 앞에서 알리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검은 기념비’ 프로젝트로 올해 프랑스 케 브랑리 미술관 지원 작가로 선정된 최 작가는 북한이 만수대창작사를 통해 예술을 기술 형태로 수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원준 작가 : 북한 미술 자체가 자율성이 없어진 상태거든요, 북한 사회 자체가 그렇긴 하지만, 예술 자체가 완전히 하나의 선전 도구로 전락한 북한이 예술을 기술 형태로 수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술'이 빠진 채 '기교'만 남은 북한 미술이 앙코르 와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