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오늘날 세계 각국의 전통 음악은 인터넷이나 연주회를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북한 음악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요. 최근 미국의 뉴욕에서는 한국의 국악 전문가들이 북한 전통 음악을 연구하고 연주한 이색적인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보라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배경음악: 백도라지>
한국에 알려진 몇 안 되는 북한 전통음악으로 작곡가 황금산의 ‘백도라지’가 22현 가야금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고유한 음악이 전세계에서 연구되고 또 연주되는 현실이지만 북한의 전통 음악은 아직도 음악인들 사이에서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을 직시한 한국의 국악 전문가들이 북한의 전통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해 선보이는 음악 행사를 지난 3일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었습니다.
이날 북한 전통 민요 ‘백도라지’를 포함해 ‘산조’, ‘춘설’, ‘한오백년’ 등을 연주한 가야금 연주자 정은선씨는 “북한 음악에 대한 자료가 한국에서도 많지 않은 실정이라 북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 행사도 거의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정은선: 북한 음악 위주의 연주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북한음악곡집이 있어서 그 책을 복사해서 받아서 악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연주한) 황금평 작곡가의 백도라지는 원래 (북한에서는) 옥류금이라는 악기로 연주되던 곡이었습니다.
이날 음악 행사를 기획한 하주용 국악 박사도 이번 행사를 통해 전세계 알려지지 않은 북한 음악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주용: (북한은) 음악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지역입니다. 세계 음악이 요즘에 '월드뮤직' 또는 'ethnomusicology'라고, 음악학이 다른 분야로 다른 서양 음악학에서 분리돼서 굉장히 독립적인 음악학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 떠오르는 것이 '월드뮤직'이에요. '월드뮤직'에는 자그마한 나라의 음악까지도 전세계인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사전까지 나와 있는데, 북한 음악만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어서 하 박사는 최근 북한 모란봉악단의 연주를 보면서 북한 음악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주용: 북한 음악이 많이 변했더라구요. 예전에 비해. 최근 모란봉악단 연주를 봤는데, 모두 전자음악으로 연주하더라구요. 미국의 디즈니 음악도 연주를 했는데 기대가 큽니다. 북한이 음악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개방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회성 쇼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북한 음악에서서도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씨에 따르면 북한 음악은 한국 전통음악에 비해 음조가 높고 콧소리가 많이 들어가며 리듬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어서 외국인이 들으면 같은 남북한 민요에서 다른 정서를 느끼게 됩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일반인들이 외국 음악을 듣는 것이 허용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북한 모란봉악단의 연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음악을 인터넷이나 연주회, 도서관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