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례에서의 행사곡 일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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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9.9절(북한정권 창립일)을 맞아 공식적인 행사 마감곡을 '오직 한마음'에서 '애국가(월북시인 박세영 작사, 김원균 작곡의 북한 국가)'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국가'가 행사곡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관심 밖에 있던 '애국가'의 가사를 이젠 누구나 외워야 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국가적인 행사곡들을 자주 바꿔 온 북한이 9월 9일, 공화국창건 66돌 기념일(국경절)을 맞으며 또 다시 행사곡들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번 공화국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행사마감으로 부르던 노래를 ‘오직 한마음’에서 ‘애국가’로 바꿀 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또 앞으로 ‘중앙보고대회’나 ‘중앙기념보고회’와 같은 국가적인 행사에서는 행사 시작곡으로 ‘애국가’를, 마감곡으로는 ‘빛나는 조국’을 부르도록 지정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앙과는 달리 지방에서는 행사 시작곡으로 여전히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부르고, 행사마감에만 ‘애국가’를 부르도록 지시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또 다른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김일성 사망 후 행사 때마다 의례적으로 부르던 노래들이 자주 바뀌곤 했는데 이제는 아예 바꿀 필요가 없는 노래들로 고정해 버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까지 모든 행사들을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 합창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노래로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 후엔 행사마지막에 부르던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가 빠지고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로 행사를 끝맺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사망하면서 행사를 마감할 노래가 없었던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과 노동당을 찬양한 노래 ‘오직 한마음’을 행사 마감곡으로 대신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이야기입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이번 회령시에서 진행된 공화국창건기념 간부보고회에서 ‘애국가’의 가사를 외우지 못한 간부들이 한동안 노래를 못 부르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애국가’는 지금껏 어떤 행사에서도 불리지 않아 있으나 마나한 노래였다”며 “주민들 대부분이 ‘애국가’의 가사도 모르고 있는데 이젠 행사곡으로 지정됐으니 누구나 ‘애국가’의 가사를 무조건 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