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낙원’ 선전 함흥 휴양지는 지옥 구덩이”

0:00 / 0:00

ANC: 북한 당국이 세계 최고의 휴양지라고 자랑하는 해수욕장이 사실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지를 둘러본 외국 관광객은 '지옥 구덩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4천그루의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선 언덕과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해수욕장.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낙원이다."

북한의 공업도시 함흥 근교에 있는 마전 해수욕장을 광고하는 문구입니다.

영국언론 데일리 메일은 최근 북한을 다녀온 프랑스 사진작가 에릭 라포그의 마전 해수욕장 방문기를 실었습니다.

라포그씨는 함흥에 도착한 소감을 한 마디로 '지옥 구덩이(hell hole)'라며 아주 기분 나쁜 곳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도시 전체를 가득 덮고 있는 스모그, 즉 공해물질이 안개처럼 형성되어 있는데다 비료공장 굴뚝에서는 샛노란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북한 안내원들은 이곳의 공기가 청정(pure)하다고 설명했지만 어부들이 말리려고 널어 놓은 생선의 비린내와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섞여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밝혔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공장지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북한이 낙원이라고 부르는 마전 해수욕장이 있다는 겁니다.

이 매체는 마전해수욕장 일대가 대기오염으로 온통 뒤덮인 곳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세뇌를 당해 이곳이 마치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휴양지인줄 알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밖에도 마전해수욕장에 있는 호텔은 벽이 너무 얇아 옆방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돗물도 순간난방이 되지 않아 욕조에 미리 받아 놓은 물에 전기장치를 담궈 물을 데워야 하는 등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라포그씨는 말했습니다.

라포그씨는 또 저녁식사 때 조개를 잔뜩 쌓아놓고 거기에 휘발유를 뿌려 구워먹게 됐는데, 휘발유 냄새가 너무 역겨워 먹을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마치 잔치라도 벌인 듯 좋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마전 해수욕장 뿐만이 아닙니다. 평양에 있는 호텔에서조차 수도에서 녹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전기와 물이 끊기기 일쑤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이 6성 호텔이라고 선전하는 평양의 양강호텔에 묵었던 한 외국인 관광객은, 차라리 호텔 밖에서 자는 게 나을 만큼 형편없었다며 호텔 앞에는 부랑자와 윤락여성이 어슬렁거리기까지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낙원인 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신기하지만 참기 힘든 불편함을 주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알벗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