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70주년을 계기로 대사령(大赦令)을 단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벌써부터 그 실질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최근 중국에 왔다는 북한 청진시의 주민 이 모 씨는 당국이 최근 발표한 '대사령'에 대해 "작년 가을에 이미 주민들에게 금년 태양절(4.15)에 대사령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그 뒤를 이어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새롭게 등극한 김정은을 부각시키기 위한 생색내기와 관계없다는 내용의 증언입니다.
대사령의 내용에 대해 그는 "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장기 모범수들은 남은 형기의 5년을 감해주고 잔여형기가 5년 미만인 죄수들은 방면한다는 것이 이번 '대사령'의 골자"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대사령의 대상자는 경제범이나 단순절도범 등 주로 생계형 범죄자들 위주가 될 것"이라며 "정치범이나 사상범으로 분류되어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인 사람들은 사면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반주민들은 '대사령'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관료들의 부패가 극심한 탓에 해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고이지 않으면 사면 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 주민 진 모 씨는 "대사령이 있을 때마다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가족들은 사면대상을 분류하는 간부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가족들 중에는 간부들에게 고일 돈을 마련하느라 살고 있는 집을 팔아 거액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살다 중국에 정착한 화교 왕 모씨도 "감옥에 있는 죄수가 모범수가 되느냐 마느냐는 교도관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라면서 "모범수가 되고 안 되고는 돈을 얼마나 고이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사령이란 사면대상자를 분류하는 위치에 있는 관료들이 크게 한몫 챙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0일 "조선 최고인민위원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5일 정령을 통해 2월1일부터 조국과 인민 앞에 죄를 짓고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에게 대사를 실시한다"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대사로 석방된 사람들이 안착돼 일하고 생활 할 수 있도록 실무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대사령은 2005년 광복과 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이후 7년 만에 시행되는 대사령입니다.
북한 당국이 사면시점을 2월1일 부터라고 했지만 중국의 대북 관측통들은 "광명성절로 제정한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한껏 띄우기 위해 그의 생일 70주년이 되는 2월16일경에 가장 큰 사면을 실시하고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인 4월 15일경에 후속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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