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북한에서는 미 달러화가 최고가치의 화폐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랜 유통과정에서 낡아 버린 달러화는 비록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주민들이 받기를 꺼리는 바람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함경남도의 한 주민은 좀 낡기는 했지만 찢어진 곳도 없는 미화 10달러짜리와 5달러짜리 몇 장을 내놓으면서 "이 돈을 중국 돈으로 좀 바꿔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습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주민들은 중국 위안화는 1,500위안까지 가지고 나올 수 있지만 미 달러화는 단 1달러도 가지고 나올 수 없습니다. 지인들의 부탁을 받아 숨겨서 어렵게 갖고 나온 달러라는 것입니다.
이 주민소식통은 "조선 사람들에게는 수령님, 원수님보다 더 위대한 것이 달러화"라면서 "낡은 지폐는 누구도 받기를 꺼리기 때문에 화폐로서의 기능을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오랜 유통과정에서 낡아빠진 달러지폐를 갖고 있는 주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주민 소식통은 "같은 100달러짜리라도 환전상들이 새로 나온 지폐는 조선 돈으로 1,000원 가량을 더 쳐 주지만 반대로 헌 지폐는 낡은 정도에 따라 얼마씩 감하고 바꿔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액면의 지폐라도 새 돈이냐 헌 돈이냐에 따라 환전 비율이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 주민소식통도 '조선 주민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폐로 대접받는 달러화는 은행에 들어가는 법이 없이 주민들 사이에서만 돌기 때문에 헌 지폐가 점점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달러는 외부반출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마치 조선이라는 흐르지 않는 연못에 갇힌 물처럼 낡아 빠지게 되어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달러화 지폐의 수명은 사용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고액권의 경우 최장 5년, 사용빈도가 높은 20달러 이하의 지폐는 30개월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의 수중에 있는 낡은 달러 지폐가 미연방준비은행(FRB)에 들어가 새 지폐로 태어날 확률은 매우 희박하며 그중 대부분은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북한 내에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