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민군 창건일을 ‘국가명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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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지난 37년간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던 인민군 창설기념일 2월 8일을 올해부터 국가명절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인민군 창건일'인 2월 8일을 국가 명절로 선포했다는 소식입니다.

평안북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지난 8일 "국가에서 오늘(2월 8일)을 '국가명절'로 선포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4.25 명절(건군기념일)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매우 헷갈린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67주년을 맞는 '인민군 창건일' 2월 8일은 광복 후 김일성이 북한정권을 수립하기 전인 1948년에 북한의 정규군인 인민군을 창설한 날로 북한정권 수립 이후 1977년까지 이날(2월 8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김일성 빨치산 동료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빨치산 창설일인 1932년 4월 25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명명하고 1978년부터 오늘날까지 이날을 인민군 창건일로 기념해 왔고 1978년 이후 북한에서 제작되는 모든 달력에도 2월 8일은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평일이었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김정은 집권 3년 차를 맞는 올해, 그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던 2월 8일을 북한의 정규군 창건일로 대대적으로 경축하고 나선 겁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 등 선전매체들도 이날을 정규군 창건일로 요란하게 선전했습니다.

광명성절, 태양절 등 정치적 명절마다 빠지지 않는 주민들을 동원한 경축 무도회도 이날(2월 8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2월 8일을 명절로 선포한 사실이 갑작스러운 탓인지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이런 소식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나온 지 약 2달 되었다는 평양 거주 화교 장모 씨는 "2월 8일도 건군절 명절이면 인민군 생일을 1년에 두 번 쇠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참으로 해괴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대북 관측통들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래 외모부터 시작해 정치적 행보까지 할아버지인 김일성 따라 하기에 열심이었다"면서 "김정은이 이제 무조건 '김일성 따라하기' 행보에서 벗어나 건군절인 2월 8일을 김정은 시대의 국가명절로 다시 바꾸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