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소동 남한인들, 유인 납치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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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남한 간첩이라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김국기씨와 최춘길씨는 중국 단둥에서 북한 보위부의 공작에 의해 유인 납치되었다는 주장이 단둥 현지인들 사이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은 남한 국적의 김국기와 최철환을 반공화국 간첩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하면서도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으며 어떤 경로를 통해 북한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씨와 최씨가 오래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단둥에서는 그들이 북한 보위부의 공작에 의해 강제 납치되었다는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둥 주민들 속에 알려진 이들의 북한 입국시점은 북한이 기자회견을 가진 시점(3월26일)보다 훨씬 앞선 작년 겨울이며 이들은 평소 교류가 있던 화교들의 유인에 따라 접경지역에 들어갔다가 납치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에 앞서 북한당국에 포섭당한 화교는 오랜 기간 북한 경비병들과 짜고 압록강 건너 북한 지역을 제집처럼 넘나들며 밀수를 했던 사람으로, 단둥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사람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둥의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는 이 화교를 내세워 김국기와 최춘길에게 물건을 넘겨 주겠다고 유인해 압록강 하류까지 나오게 한 다음 강제로 납치해 북한으로 데려갔다는 얘깁니다.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되면서 북한과 거래하던 단둥의 화교들과 한국 상인들은 북한 보위 당국의 테러 가능성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으며 북한과의 상거래도 거의 중단되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와 관련해 단둥의 한 주민 소식통은 "북한이 단둥 시내의 남한 상점과 식당들을 '반공화국모략거점'이라고 주장한 이후 보위부 감시요원을 풀어 북한주민의 남한 상점과 식당 출입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국경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는 화교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적대감이 높아진 탓에 무역주재원들조차 화교들과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면서 "그들(화교)이 운영하는 식당과 가게 출입도 철저히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북한의 일부 주민들조차 중국에 자주 드나드는 화교들은 남한의 앞잡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최고지도부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최근의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