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김일성 생일 행사를 요란하게 치르면서 막상 주민들에 대한 명절공급은 공장기업소와 인민반들에 떠 맡겨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공급한 명절물자가 보잘 것 없는데다 그마저 선물준비를 주민들에게 떠 넘겨 거센 비난에 휘말렸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중앙에서 공장기업소, 인민반들에서 자체로 명절물자를 준비하도록 지시해 그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17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번 김일성의 생일은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맞는 정주년이어서 주민들의 기대가 여느 명절과 달랐다"며 "그런데 부실한 명절공급으로 김일성의 생일이 인민의 저주를 받는 날이 되고 말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 4월초부터 김일성의 생일에 특별한 명절공급이 있을 것을 암시하며 주민들에게 술을 담을 빈병과 식료품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를 준비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중앙에서 암시한 명절공급은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의 생일을 불과 닷새 앞둔 4월 10일에 각 기관장들과 동사무소장들을 긴급히 불러 공장기업소들은 종업원들에게, 인민반은 매 가정세대들에 자체로 명절공급을 마련하라는 중앙의 지시를 하달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특히 명절공급으로 매 공장기업소 종업원들과 가정세대들에 사탕과자 각각 500g, 식용유 한 병, 돼지고기 1kg을 무조건 공급해야 한다며 만약 명절공급을 못하는 기관장들과 동사무소 소장들은 자리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20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의 생일을 맞으며 중앙에서 준비했다는 명절물자는 술 한 병과 소금에 절인 도루묵 1kg이 전부였다"며 "예년보다 가짓수나 질이 좋은 명절공급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 나머지 명절물자는 자체로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려 공장기업소와 인민반에서 종업원들과 가정세대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당과류와 식용유, 돼지고기를 장마당에서 구입해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제가 받을 선물을 제 돈으로 구입하는 한심한 놀음'을 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 속에서 명절공급을 안 하면 그만이지 왜 돈을 강제로 걷느냐는 항의가 거세게 일었다"며 "최근에는 도당 간부들이 공장기업소와 인민반을 상대로 명절공급 현황을 요해하면서 성난 민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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