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에서 헌옷 반입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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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해외로부터의 헌옷 반입을 일체 불허하던 북한당국이 최근 들어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세관은 그동안 해외여행자들이 귀국길에 헌옷을 들여오는 것을 일체 불허해왔습니다. 중고의류(헌옷)를 대량으로 반입하는 것이 북한의 체면을 깎는 행위라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세관이 해외여행자들의 헌옷 보따리를 그대로 통관시켜주고 있다고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중국 변경도시의 한 소식통은 "전에는 헌옷은 북한에 가지고 갈 수가 없다며 거들떠보지 않던 북한여행자들이 이제는 서로 헌옷을 좀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평양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한 화교상인도 "북한세관이 남조선 제품이라는 표시가 없고 아주 낡은 것만 아니라면 중고의류(헌옷)을 통관시켜 주고 있다"면서 "이 같은 헌옷 반입허용은 정식으로 포치를 한 것은 아니고 최근 슬그머니 시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너무 야한 여성용 속옷이나 청바지 등은 여전히 반입이 금지되고 있다"면서 "이런 옷은 북한에서 여전히 자본주의 날라리 옷이라는 이유로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당국의 헌옷 반입허용 소식에 과거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했던 한 종교단체 인사는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인사는 "남한의 아파트 단지에서 새 옷이나 다름없는 멀쩡한 옷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을 보며 이를 수거해 북한주민들에 보내주고 싶었지만 북한당국의 헌옷 반입 금지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남한 거주 탈북자 이모 씨도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곳 남한에서는 단지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새 것이나 다름없는 옷들이 버려지는데 이를 모아 두었다가 남한제품이라는 흔적만 지워서 고향사람들에게 보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느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중국 단둥의 한 주민 소식통은 "북한당국의 헌옷 반입허용은 워낙 최근 일이어서 그런지 이곳 대북 상인들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일단 알려지기만 하면 헌옷 전문 보따리 상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