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의 무역업자들은 북한과의 무역거래에서 북한 측 대방과 맺은 계약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 무역업자들은 북한 측 대방이 너무도 자주 계약위반을 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전혀 믿지 않으며 항상 계약위반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변경도시의 한 대북 무역업자는 "북한과의 무역거래는 일종의 도박"이라며 "계약서 내용만 믿고 거래를 했다간 큰 낭패를 보기 쉽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한 측 대방과의 계약서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그야말로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이고 북한 측 대방을 믿고 하느냐 믿지 못하느냐 하는 것에 바탕을 두고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북한과의 거래에서 맺는 계약서 내용 중 몇 가지 특이한 사항을 지적했습니다.
계약서는 늘 북한 측에서 초안을 작성하며 북한 측이 수입을 하던 수출을 하던 전혀 관계없이 반드시 북한 측이 "갑"이고 중국 측이 "을"이 되어서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계약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 우리(북한) 내부사정이 그러니 이해를 해 달라고 사정한다"면서 "어차피 거래를 안 할거면 모를까 계약서 내용을 고칠 것을 요구하면 무역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이 작성한 계약서에는 항상 '분쟁이 생길 경우 국제 분쟁조정 기구를 통해서 해결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쟁 조정기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그저 구색으로 넣은 있으나 마나 한 문구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밖에도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문구만 요란했지 북한 측이 계약을 위반할 경우 이를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한 안전장치는 전혀 없다"면서 "계약서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무조건 믿고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거래는) 도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또 다른 대북 무역업자는 "북한과의 무역은 대부분 외상거래로 이뤄진다"면서 "북한에 수출한 물건값을 장기간 받지 못해 속을 끓이는 무역 업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들어 유엔 대북제재 탓인지 북한 대방들의 무역대금 결제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수출대금을 받지 못한 중국 무역업자들은 무역대금을 받으러 직접 북한에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중국의 큰 무역회사들 중에는 북한에 보낸 물품대금이 장기간 연체되어 자금난으로 허덕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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