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의 현대식 대형상점(마트) '광복지구상업중심'은 대표적인 북-중 합작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개장한 지 채 3년이 안 된 이 기업의 중국 측 대표가 벌써 다섯 번이나 바뀌어 주변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을 마감하기 전 마지막으로 현지지도를 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던 북한의 현대식 대형상점(마트) '광복지구상업중심'은 규모가 큰 북-중 합작기업의 하나입니다. 북한이 건물과 토지를 대고 중국 측 사업가가 자본을 댄 이 기업의 북한과 중국 측의 지분은 각각 35대 65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업차 평양을 자주 오간다는 중국의 한 조선족 기업인은 "북한 측 보다 훨씬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 측 대표(사장)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상점(마트)이 문을 연 지 만 3년이 안 되는데 현재의 중국 측 대표는 5번째 부임한 사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에 갈 때마다 이 상점에 꼭 들러서 쇼핑을 한다는 이 기업인은 "매장에 상품도 많고 고객도 많아 장사가 잘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측 사장이 이처럼 자주 바뀌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사장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최초의 중국 투자자가 다음 사람에게 사업권(지분)을 팔아 넘겼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현재의 사장이 다섯 번째 사장이라는 것은 그동안 중국 측 주인이 다섯 번 바뀌었다는 말이 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측 주인이 자주 바뀌는 데에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광산개발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는 또 다른 조선족 기업인은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합영 기업을 꾸리려다 보면 투자 이전에는 투자자가 이른바 영향력이 센 "갑"이지만 투자가 완료되고 나면 지분의 비율과는 관계없이 중국 측 투자자는 어느새 "을"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고 이 기업인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투자협의 단계에서는 각종 달콤한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이던 북한 측은 일단 합작기업의 운영이 시작되면 도중에 계약변경을 수시로 요구하는 데다 북한 측 대표가 바뀔 때마다 전임자와 진행되었던 사업내용을 없던 것으로 하거나 일방적으로 변경을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모르긴 해도 광복지구상업중심"도 북한 측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기 때문에 중국 사장들이 자기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리고 발을 빼는 것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장 면적만 연 건평 1만2천 평에 달하는 현대식 대형상점(마트)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은 1991년에 건설되어 낡아 빠진 '광복백화점'을 중국의 투자를 유치해 현대식 대형마트로 탈바꿈한 것으로 2012년 1월 5일 정식으로 개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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