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의원 되려면 “돈이 많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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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9.97% 투표율에 100% 찬성. 북한이 발표한 지난달의 지방 의회 대의원 선거 성적표입니다. 당의 지명(공천)이 곧 대의원으로 이어진다는 얘긴데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대의원 지명(공천)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알아봤습니다.

당이 지명하면 100% 찬성으로 당선을 보장받는 북한의 인민회의 대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 "누가 돈을 가장 많이 쓸 수 있는가라고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증언했습니다.

지난 7월 북한의 지방의회 대의원 선거 이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구두로 알아본 결과 인민회의 대의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으나 "돈이 많아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평양의 한 주민 소식통은 "토대가 좋고 대학을 나와야 하고 충성심이 높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를 위한 큰 업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를 위한 업적이란 "소속 단위나 인민을 위한 사업에 큰돈을 바친 경우를 말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혁명가족이나 빨치산 후예라야 자격이 주어질 것"이라면서도 "국가사업에 공헌한 큰 업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발전소 건설에 시멘트를 대량으로 기증했다거나 마식령 스키장 건설 같은 국가 사업에 큰돈을 내놓는 경우가 이에 해당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평안북도, 량강도 주민소식통도 "당원이고 노력 영웅이어야 한다, 집안에 탈북자가 없어야 한다, 당의 높은 간부와 잘 통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세우면서도 "농사철에 비닐 박막이나 비료를 많이 낸 사람 등이 강력한 후보자"라고 꼽았습니다.

역시 이들도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앞서의 주민 소식통들의 의견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선거 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이 따로 필요 없어 선거비용은 들지 않겠지만, 대의원이 되려면 선거가 있기 전에 큰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역시 돈 선거가 치러지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에서 인민회의 대의원은 회기가 아닌 평소에는 별다른 의정 활동은 없고 의원이 되고 난 후에도 소속단위에 속한 채 의원이 되기 이전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의 주민 소식통들은 "의원이 되었다고 해서 국가에서의 특별 배려는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다"면서도 "하지만 '대의원 증'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대의원들에게는 부당한 처신을 한 인민군 군관에게 대의원 증을 제시하고 그 자리에서 계급장이 붙어있는 어깨 견장을 뜯어내고 소속부대에 처벌을 요구하거나 소속 단위의 간부에 대한 철직을 중앙에 신소(건의)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