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북 식당 문 닫고 축구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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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에 진출한 북한식당들의 상당수가 지난 8월 1일부터 9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렸던 동아시안 컵 축구대회 응원을 위해 일주일 가까이 문을 닫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汉)에서 열렸던 2015 동아시안 컵 축구대회에 참가한 북한 축구팀을 열렬히 응원하던 북한 응원단들이 대회장에서 수천 km 떨어진 중국 단둥과 선양 베이징 등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동원된 봉사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둥이나 선양 등지에서 대회 개최지인 우한 까지는 열차로 오고 가는데 각각 20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응원에 종업원을 동원한 식당들은 약 일주일간 완전히 식당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중국 단둥과 선양 등지의 현지 주민소식통들은 "북한 식당들 중 몇 곳에서 갑자기 문을 닫고 종업원들이 가방을 싸서 어디론가 이동하길래 영업이 안 돼서 본국으로 철수하는 줄 알았는데 약 일주일 후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나서야 (동아시안 컵)축구 응원을 갔다 온 줄 뒤늦게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단둥의 한 대북 소식통은 "단둥에 있는 식당 중 영업이 부진한 식당 3분의 1정도를 골라서 종업원들을 축구대회 응원에 가도록 단둥 영사부에서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응원에 동원되지 않은 식당은 식당에서 근무하는 봉사원 1인당 500위안씩 영사부에 바치도록 했다"면서 "아마도 그 돈은 응원에 가는 종업원들의 여비에 사용된 것으로 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중국 선양의 한 대북 소식통도 "북한 식당이 밀집해 있는 시타(西塔)의 몇몇 북한 식당이 약 일주일간 문을 닫고 (축구)응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 먼데까지 응원을 간 걸 보니 북한당국이 이번 축구대회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과거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에도 북한 식당들은 단 3일간만 문을 닫았었다"면서 "웬만해서는 영업을 중단하는 법이 없는 북한식당이 일주일 간이나 문을 닫은 것은 처음 보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베이징의 한 교민도 "단둥이나 선양의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응원에 동원되었다면 우한과 비교적 가까운 베이징의 북한식당에서 응원에 참여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대회기간에 응원을 갔다 온 식당 종업원들은 난생 처음으로 중국의 내륙 깊숙한 곳까지 여행을 할 수 있어 환호한 반면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식당 종업원들은 "왜 우리는 못 가느냐"며 지배인에게 불평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대회 응원에 동원된 북한 미녀 응원단은 흰 모자와 빨간 티셔츠, 흰 바지 등 단체응원 복을 갖춰 입고 대형 인공기를 휘날리며 응원전을 펼쳐 중국 관중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김정은의 대형초상화나 조-중 친선 등 정치적인 내용의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가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철거되는 장면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는 등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대회 응원단 구성을 위해 소요된 경비는 응원에 참여하지 않은 식당 외에도 중국주재 무역 주재원들이 부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