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무역일꾼들에 대해 1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사업총화가 이달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연말께 실시하던 사업총화를 앞당긴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에 주재하며 외화벌이 사업을 하고 있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이달부터 연간 사업총화를 위해 귀국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역일꾼들의 사업총화는 연말에 실시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금년의 경우 아직 한해 사업기간이 몇 달 남았음에도 조기에 총화가 실시되는 것입니다.
중국 선양에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이번 주 중에 사업총화를 위해 평양에 가야 한다"면서 "귀국준비 때문에 아주 바쁘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연말에 해오던 사업총화가 앞당겨 실시되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보통 연말에 사업총화를 많이 하지만 반드시 연말에 하라는 규정은 없다"면서 "조기에 사업총화에 불려가는 것은 대개 사업실적이 부진한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일꾼을 불러들여 질책과 함께 사업독려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해외 무역일꾼들의 사업총화에 소요되는 기간은 소속 단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한 달 정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둥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무역 주재원 이 모 씨는 "사업실적에 관한 총화는 실제로 며칠이면 끝나지만 총화기간 내내 무역일꾼들은 마음속의 자본주의 때를 벗겨내는 교양학습을 받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면 자연히 자본주의 사상에 물들게 되고 이를 벗겨내는 사상무장 교육과 교육받은 내용을 평가하는 시험을 치르는 등 별도의 총화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일련의 총화과정은 1대 1로 진행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의 해외 무역일꾼들에게 부과되는 연간계획(연간 의무송금 할당액)은 소속 단위와 해외주재 기간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임 초년엔 통상 연간 3만 달라 정도이지만 해마다 계획이 상향 조정되어 연간 5만 달라 넘게 부과되는 무역 일꾼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의무적으로 완수해야 하는 송금할당액 외에 봄철에는 비료계획, 2.16(김정일 생일)과 4.15(김일성 생일)에는 충성자금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 무역일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얘깁니다.
북한의 해외무역 일꾼들은 통상 연간 1회의 사업총화를 가지며 총화 결과에 따라서는 무역일꾼으로 해외파견이 중지될 수도 있어 소속단위 상급자들에 바칠 각종 선물과 뇌물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