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북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북-중 국경 지역의 대북 상인들은 북한이 또다시 화폐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북-중 접경 도시에서 북한 고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중국 상인들이 최근 북한의 가파른 환율상승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의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북한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겨 개점 휴업상태인 대북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북한의 향후 경제상황을 전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대북상인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북한이 또 화폐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목소리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 단둥의 해관 근처에서 북한 보따리상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왕 모씨는 "최근 조선의 환율이 1딸라에 7,000원이 넘는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조선에서 또 화폐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신의주 쪽 대방들과 무역거래를 주로 하는 북한 출신 화교 주 모 씨는 "대원수가 1명이 더 늘었으니 현재 대원수 하나(김일성)만 들어있는 조선 돈에 대원수 한 명을 더 넣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조선의 환율은 3년 전 화폐개혁을 단행할 당시의 환율과 비교할 때 거의 2배에 이르렀다"며 "상황만 놓고 본다면 조선에서 화폐개혁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려있는데 화폐개혁을 한지 불과 3년도 안 된 마당에 또 화폐개혁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중 접경지역 중국 상인들의 이 같은 시각은 북한 장마당의 현재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방문차 중국에 나온 함경북도 청진 주민 윤 모 씨는 "가파른 환율상승 때문에 벌써 화폐개혁을 할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사람들이 수근 거린다"면서 "조선돈 환율이 속도전으로 오르고 있으니 화폐개혁도 속도전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채 3년도 되지 않아 화폐개혁을 다시 하게 된 상황을 비아냥거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막상 화폐개혁을 하더라도 주민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년 전 화폐개혁 당시 크게 피해를 본 주민들이 빗자루 장사도 돈만 생기면 딸라나 인민폐로 바꿔놓는 형편이기 때문에 조선 돈을 거액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고 '화폐개혁을 할 테면 해보라'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신경제체계 조치의 실현단계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새로운 화폐를 준비하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북한당국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의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현재 북한 내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북한의 장마당 실물 경기가 지난 3년 전 화폐개혁 당시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태라고 소식통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따리상은 물론 북한 국영상점 지배인들의 상품구매 발길도 끊겨 국경지역 중국 상인들의 경기도 얼어붙어 있습니다.